[광주=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지난해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KIA 타이거즈 팬들은 분노했다. FA 안치홍이 롯데 자이언츠로 떠난 뒤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었기 때문이다. SK 와이번스에서 방출된 나주환을 영입했지만, KIA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팬들은 서른 일곱 나주환의 나이를 겨냥해 "양로원"이냐며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나주환이 일부 팬들의 비난을 뒤집는데 15경기가 걸리지 않았다. 2루수로 전향한 김선빈의 백업으로 평가됐지만, 워낙 수비 멀티 능력이 출중했던 터라 미국 스프링캠프 때부터 3루수와 1루수로도 활용됐다.
나주환은 자신의 가치를 수비에서 입증시켰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트레이드 된 전문 3루수 장영석이 지난 16일 말소되자 기회가 찾아왔다. 특히 20~2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환상 수비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지난 20일에는 삼중살의 초석을 놓았다. 이날 3루수로 선발출전한 나주환은 4회 무사 1, 2루 상황에서 이대호가 친 3루수 강습타구를 잘 잡아냈다. 바운드가 무척 까다로웠지만, 리듬을 살린 포구에 성공한 뒤 재빠르게 3루 베이스를 밟고 2루로 던졌다. 2루수 김선빈은 공을 잡아 1루로 던져 시즌 첫 삼중살을 완성시켰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 삼중살을 본 적은 있지만, 현역시절 해본 적은 없다"며 "부임 이후 강조한 기본기를 여전히 주문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좋은 플레이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삼중살은 나주환의 땅볼 처리가 잘 이어진 결과"라고 칭찬했다.
21일 광주 롯데전에선 두 차례나 호수비를 펼쳤다.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동한의 기습타구를 막아낸 뒤 강한 송구로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7회에는 1사 1루 상황에서 안치홍의 타구를 잡아 5-4-3 병살타로 연결시켰다.
나주환이 '핫 코너' 3루를 잘 지켜내면서 선발투수들의 어깨가 가벼워지고 있다. 지난 20일과 21일 롯데전에 선발등판했던 외국인 투수 드류 가뇽과 임기영은 나주환을 비롯한 내야수들의 호수비에 확실히 투구수를 줄이며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었다. 특히 임기영은 8이닝을 소화하며 1실점 호투를 펼쳐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야구계에선 수비가 좋은 팀이 성적이 좋다는 말이 있다. KIA는 지난 시즌 실책 110개로 롯데(114개)에 이어 최다 실책 2위로 자존심을 구겼다. 올 시즌 초반에도 실책이 나오면서 실점하는 장면들이 연출됐지만, 최근 3연승을 할 때는 실책을 두 개로 줄이면서 탄탄한 수비를 과시했다. 그 중심에는 '베테랑' 나주환이 있었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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