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예비)신부, 미안해!'
이달 결혼 예정이던 수원 삼성 예비신랑 트리오가 아무래도 결혼식을 미뤄야 할 것 같다. 팀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2020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수원은 7일(이하 한국시각) 칼리파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의 16강전에서 3대2 대역전승을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카타르 라이프'가 최소 사흘 더 연장됐다.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각) 키타르 알자누브스타디움에서 빗셀 고베와 8강전을 치른다.
미드필더 최성근, 멀티 플레이어 김민우, 중앙 미드필더 한석종은 오는 25일, 26일, 27일 차례로 웨딩마치를 올릴 예정이었다. K리그 비시즌으로 날을 잡았던 이들은 언제 재개될 지 모르던 ACL이 11월부터 열린다는 소식에 한 차례씩 결혼식 일정을 미뤘다. 그런데 조별리그 통과도 어려워보이던 수원이 예상을 깨고 8강까지 오르면서 또한번 결혼식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10일에 열릴 8강전에서 탈락하더라도 귀국 후 2주간 국내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결혼식 날은 '어찌어찌' 맞출 수 있겠지만 준비할 시간이 없다. 팀의 기적과도 같은 8강 진출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다. 수원 관계자는 "세 선수 모두 정확한 결혼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일정도 문제지만, 코로나19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결혼식을 열기에)어려운 점도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군 제대 후 수원에 입단한 한석종은 지난달 말 현지에서 진행한 구단 인터뷰에서 '성적이 좋으면 결혼을 연기해야 할 수 있다'는 말에 "아직은 나중 일이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겠다. 여기까지 온 만큼 무언가 이루고 가야겠단 생각이 절실하다"고 답했다.
한석종은 그 말대로 '결혼을 미룰 각오'로 뛰었다. 요코하마전에선 평소 잘 보여주지 못했던 득점 본능까지 발휘했다. 팀이 2-1로 앞서던 후반 종료직전 하프라인 부근에서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온 것을 보고 초장거리슛을 시도, 개인 커리어에 길이 남을 골을 만들었다. 요코하마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쐐기골이었다.
그에 앞서 역전골을 넣은 선수는 또 다른 '예비신랑'이자 이날 주장 완장을 찬 김민우였다. 김민우는 김건희와의 2대1 패스를 통해 수비벽을 완벽하게 허문 뒤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공을 집어넣었다.
수원은 이날 3골을 비롯해 2골차 이상으로 승리해야 16강을 바라볼 수 있었던 조별리그 최종전 빗셀 고베전(2대0 승), 그에 앞서 광저우 헝다(1대1 무)의 발목을 잡은 골을 모두 후반에 터뜨렸다. 절실하게 뛰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조호르 다룰 탁짐의 대회 불참, 광저우 헝다 에이스 파울리뉴의 부상 결장 등의 행운이 있기도 했지만, 경기장 위에선 100% 실력으로 한 수 위 팀들을 하나 둘 넘어서고 있다.
수원 박건하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정신적, 체력적으로 준비가 잘 됐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선전 비결로 '원팀 정신'을 꼽았다.
김민우는 "우리팀 외국인 선수들이 (부상 등의 이유로) 참가하지 못해 우리가 약체라는 평가를 받은 게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한 발 더 뛰고, 소통이 잘 되는 부분이 수원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구단이었던 수원은 지난 시즌 K리그1을 파이널 B에서 마치는 굴욕을 맛봤다. 하지만 K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와 슈퍼매치 라이벌 FC서울이 일찌감치 탈락한 아시아 무대에서 반전 매력을 뽐내고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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