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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터뷰]제주를 1년만에 구한 '소방수' 한중길 대표 "(기름)영업 보다 축구가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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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기름)영업 보다 축구단 대표이사가 훨씬 어렵다. 정말."

제주 유나이티드 한중길 대표이사(56)는 축구단 부임 1년 만에 2부로 떨어진 팀을 1부로 끌어올렸다. 그 사이에 그는 '축구 문외한'에서 하루에 꼭 축구 한 경기씩을 보는 축구단 CEO로 변신했다. 광주 진흥고와 고려대 통계학과 출신인 그는 젊은 시절 야구, 특히 해태 그리고 지금의 KIA타이거즈 선수들의 타율을 줄줄이 꿸 정도였다. 그런데 1년도 안 돼 지금은 온 가족이 축구 경기를 본다.

한 대표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많이 변했다. 내가 이렇게 축구에 푹 빠질 줄은 몰랐다. 과거 경기도 본다. 축구를 보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진다. 재미있어서 보고, 축구 비즈니스를 확대하려면 알아야 해서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내년 1부에서 싸워야 하니까, 전북 울산 같은 1부팀 경기를 많이 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같은 외국 리그도 본다. 우리 경기를 보지 말라고 가족에게 말했는데 지금 다 보고 있더라. 와이프도 내가 이렇게 축구에 몰입하는 것에 놀라고 있다. 평생 기름 영업만 하다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2부로 떨어진 제주 구단의 '소방수'였다. SK그룹은 1년 전 충격적으로 2부로 추락한 제주를 살리기 위해 '혁신 전문가' 한 대표를 선택했다. '승격 청부사' 남기일 감독과 'K리그 실무형 인재' 김현희 단장과 호흡을 맞추도록 했다.

한 대표는 "처음 부임했을 때 조직 전체가 어두웠다. 소통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각자가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직원-선수단, 직원간에서도 소통이 된다"고 말했다.

제주는 이번 시즌 초반 1무2패로 부진했지만 바로 반등, 18승6무3패로 리그 우승 및 다이렉트 1부 승격을 달성했다. 2부 추락 1년 만에 바로 반등, 소방수의 미션을 완수했다. 한 대표는 "영업 보다 훨씬 어렵다. 영업은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은 아니다. 그런데 축구는 그렇지 않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어려웠다. 지금은 많이 단련이 됐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여러 분들에게 상담을 받았다. 그 결과, 선수를 믿자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위기 때 구단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일었다면 시즌이 힘들었을 것이다. 남 감독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길게 보자'고 했다. 결국 3번 밖에 안 졌다. 그때는 많이 질 줄 알았다. 4번 만에 주민규의 결승골로 이겼을 때 받은 희열은 정말 표현하기 어려웠다. 한달 받은 스트레스를 일순간에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남 감독에게 절대 신뢰를 보냈다. 그는 "감독 선임은 잘 한 것 같다. 실력도 있고, 철학도 있고, 선수 육성 능력도 있다. 어린 선수들과도 잘 지낸다. 김 단장도 잘 뽑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구단 최고 경영자로 위기에서 조급했지만 선수단을 믿고 기다려주었다. 그는 "얘기를 많이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나는 축구 경기를 많이 보는 것에서 그쳤다. 선수단에 간섭을 안 하려고 했다. 대기업에서 조직 관리를 했던 사람이라도 선수단에 간섭을 하고 싶은 유혹이 있었지만 안 했다"고 말했다

제주는 스포츠조선이 14일 발표한 2부 구단(10팀) 운영 평가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한 대표는 "공신력있는 매체 평가에서 1위를 했다. 부족하다는 지적도 겸허하게 수용해 외국인 선수 활용과 연고지 밀착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승하고 1주일 지나니까 걱정이 많아졌다. 처음으로 1부에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다시 2부로 떨어지는 아픔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제주는 요즘 1부에서 오래 생존하기 위해 스쿼드 보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대표는 팀내 선수를 키우고, 답이 없을 경우 외부 수혈도 한다는 '투 트랙' 작전을 쓰고 있다고 했다. 서귀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