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해는 언젠가 지기 마련이다.
'거인의 4번 타자' 역시 영원할 순 없다. 2000년대 롯데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4번 타자 이대호(39)도 어느덧 불혹을 앞두고 있다. FA 시장에 나온 이대호가 롯데와 동행한다고 해도, 끝이 정해진 발걸음이 될 수밖에 없다.
계약 이후 이대호의 자리도 애매하다. 최근 기량이 완연한 하향세에 접어든 이대호에게 더 이상 4번 자리를 맡기긴 무리라는 시각. 지난해 이대호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1.01), wRC+(조정 득점 생산력·105.8)는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 최하위권이었다. 이런 이대호를 4번 자리에 계속 두는 것보다 하위 타선 배치 등 다른 방안을 고려하는 게 롯데 타선뿐만 아니라 선수단 전반에 더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다. '팀 리모델링'에 초점을 맞춰온 롯데엔 이제 '포스트 이대호' 숙제를 풀어야 할 본격적인 시간이 다가왔다.
그렇다면 현재 롯데 타자 중 이대호의 빈자리를 채울 만한 선수는 누가 될까.
2018년 입단 때부터 '포스트 이대호'로 지목됐던 한동희(22)에게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앞선 두 시즌 1, 2군을 오가면서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동희는 지난해 꾸준히 1군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면서 첫 두 자릿수 홈런-100안타 시즌을 맞이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타격 재능에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가 이대호를 2년차부터 4번 타자로 기용하면서 키웠던 것처럼, 한동희도 일찌감치 중심 타자 포지션을 부여해 성장을 돕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성장 중인 한동희에게 4번 타자의 중압감이 자칫 또다시 정체를 빚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장 전준우(35)가 4번 자리를 맡아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140안타 이상을 기록했고, 4할 후반에서 5할 초반의 장타율을 자랑했다. 타격 재능을 놓고 보면 충분히 4번 역할을 맡아줄 수 있는 선수다. 지난해 득점권에서 2할7푼2리로 약한 모습을 보였던 부분, 롯데 입단 후 몇 차례 펼쳐진 4번 실험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부분이 약점. 그러나 롯데가 당장 새 시즌 4번 자리에 변화를 꾀한다면 전준우 외에는 적임자를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어려운 숙제를 풀지 못한다면 다음 장으로 넘어갈 시간도 늦어진다. 희미해져 가는 이대호의 존재감을 아쉬워할 겨를이 없는 롯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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