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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후보 인종 다양성, 역대 최다"…아카데미 후보 지명, 골든글로브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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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제93회 아카데미 후보 발표는 보수적인 행보로 실망감을 안겼던 골든글로브와 달랐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가 후보 지명만으로 '인종 다양성' 측면에서 최고의 성과를 냈다.

미국 유력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15일(한국시간) 진행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발표에 대해 "이번 오스카가 다양성 부문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고 집중 보도했다. 버라이어티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올 화이트' 배우 후보 지명으로 인해 비판을 받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수년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해에도 단 한 명의 유색인종 배우만이 후보에 오르면서 수치스러운 일들이 반복돼 온 바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까지 가장 주요한 부문의 상을 싹쓸이 했지만, 출연 배우는 연기상에 단 한 부문도 노미네이트 되지 못했다. 또한 남여주·조연상을 통틀어 백인이 아닌 배우는 영화 '해리엇'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흑인 후보 신시아 에리보 뿐이었다.

하지만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는 완전히 달랐다. 역대 최다 유색인종 배우가 연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오스카=백인잔치"라는 오명을 벗어던졌다.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남우주연상이다. 안소니 홉킨스('더 파더')와 게리 올드만('맹크')을 제외한 세명의 후보가 유색인종이다. 특히 '미나리' 스티븐 연은 93년 아카데미 역사상 순수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는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다. '사운드 오브 메탈'의 리즈 아메드 역시 파키스탄계 최초의 주연상 노미네이트다. 오스카에서 사후(死後) 후보 지명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지난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고 채드윅 보스만은 사후 후보로 지명된 유일한 흑인 배우로 기록되게 됐다.

특히 올해 아카데미에서는 고 채드윅 보스만 뿐만 아니라 흑인 배우들의 대거 후보에 올라 더욱 눈길을 끈다.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비올라 데이비스('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안드라 데이('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vs. 빌리 홀리데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다니엘 칼루야와 라키스 스탠필드('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 레슬리 오덤 주니어('마이에미에서의 하룻밤')가 모두 흑인 배우다.

'오스카 레이스'에 포함된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가져가며 오스카에서도 가장 유력한 여우조연상 후보로 꼽히고 있는 윤여정의 노미네이트 또한 돋보인다. 윤여정은 '기생충'도 하지 못했던 연기상 노미네이트를 이뤄내면서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후보 지명이라는 역사를 쓰게 됐다. 만약 윤여정이 상을 받게 된다면, 아시아 배우의 여우조연상 수상은 1958년에 영화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일본 배우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역대 두번째, 무려 63년만의 일이 된다.올해 오스카의 다양성은 연기상 뿐만이 아니다. 가장 유력한 감독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노매드랜드'의 중국계 미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은 유색인종 여성 감독으로서는 최초로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멜랄드 페넬 감독도 후보에 올라 한 명 이상의 여성 감독이 동시에 후보에 오른 첫번째 오스카가 됐다. 또한 클로이 자오 감독과 '미나리' 정이삭 감독이 노미네이트 되면서 아시아계 감독이 한 명이 상 감독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해이기도 하다. 특히 클로이 자오 감독은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문 아니라 편집상과 각색상 부문에도 이름이 올라 한 해에 4개의 후보에 오른 최초의 여성이 됐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분장상에 오른 미아 닐과 자미카 윌슨은 이 부문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흑인 여성으로 기록됐고 작품상에 이름을 올린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는 모두 흑인으로 구성된 제작팀이 만든 영화 중 최초로 작품상 후보에 오르게 됐다.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지난 달 진행된 제71회 골든글로브는 인종 다양성 측면에서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특히 각종 비평가상을 휩쓸던 '미나리'가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됐기 때문. '미나리'는 주연 배우인 한예리와 윤여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백인 배우와 제작진이 참여하고 미국 자본과 제작사가 만든 영화임에도 극중 영어의 사용 비중이 50%가 넘지 않으면 안된다는 규정으로 인해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백인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영어 사용 비중이 50%도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연기상에 이름을 올려 '미나리'에 대한 명백한 인종 차별 논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런 골든글로브와 이번 아카데미는 확실히 달랐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측은 2015년과 2016년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일명 '오스카 화이트 스캔들' 이후 2015년 25%였던 여성 회원을 2020년 33%로, 2015년 10%였던 소수인종 회원을 2020년 19%로 3배 가까이 늘리며 자체적인 변화를 구현한 바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