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부상 없이 농구를 즐겼으면 좋겠다."
'베테랑' 김보미는 마지막까지 후배들을 챙겼다. 코트 위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김보미답게 후배를 향한 진심도 정성이었다.
용인 삼성생명은 1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스타즈와의 2020~2021 KB스타즈 리브모바일 챔피언결정(5전3승제) 파이널 매치에서 74대57로 승리했다. 삼성생명은 한국여자농구(WKBL) 사상 첫 정규리그 4위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기록했다. 여자농구 첫 정규리그 승률 5할 미만(14승 16패)의 챔피언으로도 남았다. 동시에 2006년 여름리그 이후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삼성생명은 15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환호의 순간. 정든 코트와 이별하는 '베테랑' 김보미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뭔가 딱 와 닿는 것은 없다. 마지막까지 좋은 경기를 해준 KB스타즈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KB스타즈라는 팀이 정말 강하고 무섭게 느껴졌다. 우리가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 결과가 우리에게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뗐다.
지난해 삼성생명과 1년 재계약한 김보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 김보미는 "농구에 진절머리가 났다. 당분간은 농구 쳐다 보고 싶지도 않을 것 같다. 은퇴 번복은 없다. 국장님께도 안녕이라고 말하고 왔다. 여기서 번복하면 내가 쓰레기가 된다. 아름답게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웃었다.
떠나는 길.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우승을 만들어준 후배들이었다. 그는 "프로 인생에서 가장 영광은 이번 우승이다. 한 번은 신입생이라 못 뛰었고, 그 다음은 식스맨이었다. 내가 뛰면서 우승에 기여했다는 느낌은 이번이 처음이다. 좋은 팀원 만나서 마지막이 찬란하게, 찬란하다고 표현할 만큼 해줘서 고맙다. 잊고 싶은 것은 부상 입은 순간이다. 수술을 네 번 했다. 사실 지난해 재계약하면서 1년 만 더 하고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후배 배혜윤이 '언니, 1년만 더 해'라고 하기에 우승하고 떠나게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우승하고 떠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마지막 길을 찬란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내가 선배라고 해준 것도 없고,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 해줄 말은 앞으로 농구 인생이 길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그냥 부상 없이 농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한편, 김보미는 "계획은 올해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미국에 1년 정도 갈 생각이었는데, 코로나19로 차질이 생겼다. 1년 정도는 쉬고 싶다.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떠났다.
용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