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KT 위즈 사이드암스로 고영표가 올시즌 맹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고영표는 지난 21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5회 구원등판해 4이닝 동안 49개의 공을 던지며 3안타 5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고영표는 원래 선발 등판 예정이었던 20일 두산전이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이날 선발 소형준에 이어 등판하게 됐다.
그가 공식 실전에 나선 건 2018년 10월 10일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약 2년 5개월 만이다. 그해 시즌을 마치고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에 임한 고영표는 지난해 11월 소집해제돼 팀에 복귀했다.
고영표는 일찌감치 이강철 감독으로부터 스프링캠프 MVP로 뽑히며 5선발로 발탁돼 주목받았다. 이 감독은 캠프 당시 "경험으로 보나 지금 구위로 보나 그만한 선발은 없다"고 했다. 그는 시범경기에 앞서 가진 연습경기에서도 3경기에 나가 6이닝 3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컨디션을 펼쳐 보였다.
고영표는 사실 군복무 이전에도 선발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던 투수다.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풀타임 선발로 등판해 각각 8승과 6승을 올렸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었던 그는 이 감독을 만나면서 '세기'를 더했다는 평이다.
고영표는 부산 기장 캠프 훈련 때 가진 인터뷰에서 "감독님께서 강하고 세게 던지려고 하면 흐름이 끊긴다고 하셨다. 오히려 부드럽게 했을 때 제구도 잘 되고, 힘도 잘 실리는 것 같다"고 했다. 선수 시절 언더핸드스로 전설이었던 이 감독의 조언이 비슷한 유형인 고영표에게는 훨씬 공감할 수 있는 측면이 컸다.
직구와 체인지업 위주로 승부하던 고영표는 커브까지 주무기로 장착해 훨씬 까다롭기 공략한 투수로 변모했다. 여기에 경기운영능력을 보완한다면 5선발은 물론 3선발 이상으로도 손색없을 것으로 이 감독은 기대하고 있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고영표는 캠프 연습경기부터 그동안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컨디션 관리와 투구 밸런스 등을 잘 유지하며 매 경기 좋은 피칭을 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군복무 후 에이스급 선발로 올라선 대표적인 투수로 두산 베어스 유희관이 꼽힌다. 입단 초기 무명이었던 유희관은 상무에서 복귀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전성기를 이어갔다. 특히 2015년에는 18승5패, 평균자책점 3.94의 성적으로 최동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투수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스타 반열에 오르기는 매우 어렵다. 타자의 경우 KIA 타이거즈 최형우, NC 다이노스 박석민과 양의지,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 SSG 랜더스 이재원 등 사례가 많지만, 투수는 상무나 경찰야구단을 거쳤다고 해도 몇 곱절의 노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고영표는 야구선수가 아닌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다. 사실상 야구와는 단절된 기간이었다. 고영표가 '흔치 않은' 이정표를 세울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