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단순한 악인의 시대는 재미없다. 아닌 척 등장해 드라마를 공포로 몰아넣는 '히든 빌런'의 시대가 왔다.
극의 중반부까지 존재 자체를 꽁꽁 숨겼던 JTBC 수목드라마 '시지프스'(이제인 전찬호 극본, 진혁 연출)의 시그마(김병철)부터 순진한 인턴 변호사인척, 친절하고 귀여운 후배인척 시청자들을 속여왔던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박재범 극본, 김희원 연출)의 장준우(옥택연)는 모두 시청자들을 감쪽같이 속여온 주인공이다. 매회 자신의 진짜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철저하게 숨겨왔던 두 악인들의 등장은 안방에 '히든 빌런'이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시지프스'의 시그마는 6회 드디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제작발표회부터 "공개되지 않은 히든 카드", "최후 빌런"이라고 밝혔던 인물인 시그마는 첫 방송 이후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극에 긴장감만 감돌게 한 존재였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실루엣 뒤에 숨어 있는 미지의 존재가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이어졌고, 실제로 '미래에서 온 한태술(조승우)이 시그마다', '제 3의 인물일 것' 등 가설들까지 등장하며 설왕설래를 불렀다.
현재는 베일에 싸였던 시그마의 존재가 밝혀진 상태로, 매회 한태술과 강서해(박신혜)의 주위를 맴돌며 몰입도를 높이고 있는 상태다. 24일 방송에선 멀리서 배회만 했던 시그마가 한태술의 앞에 곧장 나타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전개에도 관심이 쏠린다.
처음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시그마와는 달리, '빈센조'의 장준우는 순진한 척 시청자 모두를 속여온 인물. 그동안 홍차영(전여빈)의 귀여운 후배인 줄만 알았던 장준우가 알고 보니 히든 빌런이자 바벨그룹의 진짜 회장이란 사실이 공개되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여기에 소시오패스적 성향을 가진 장준우의 자비 없는 악행들이 드러나며 양극단의 인물을 연기하는 옥택연에게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간다.
특히 지난 9회와 10회에서는 휘몰아치는 전개의 중심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무자비한 폭행과 살인까지 서슴지않는 그의 모습이 드러나 안방을 공포에 떨게 했다. 남동부지검의 황 지검장을 겁주려 서 부장을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때려 죽이는 무자비한 폭력성은 물론, 회장으로 내세운 장한서(곽동연)를 뒤에서 조종하며 평범한 변호사 코스프레를 해오던 그의 행동들이 '찐 빌런'인 장준우의 행동들에 설득력을 더했다.
10회 말미 빈센조(송중기)가 비로소 "바벨의 진짜 보스, 알아냈다"는 말과 함께 서로의 시선이 교차해 앞으로 숨겨왔던 자신의 악행을 전면에 드러내고 진짜 전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며 기대가 모아졌다.
안방은 드라마를 꿰뚫는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반전의 주인공'을 탄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빈센조' 속 장준우와 '시지프스' 속 시그마가 좋은 출발을 만들어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