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친정팀과의 경기가 김태술의 프로 마지막 경기였을까.
원주 DB와 안양 KGC의 경기가 열린 28일 원주종합체육관. DB가 4연승 상승세의 KGC를 109대92로 완파했다. 경기 후 수훈 선수로 지목된 허 웅이 질문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김태술형이 무조건 1년만 더 뛰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허 웅이 이 얘기를 했을 때는 오랜만에 출전한 김태술이 자신에게 패스를 잘해줘 많은 득점이 나와 기분 좋아 한 얘기인 걸로 들렸다.
하지만 허 웅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보인다. KGC전이 김태술의 프로 커리어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태술은 지난 시즌부터 DB에 합류했다. KGC 시절부터 함께한 이상범 감독의 부름으로 1년 계약을 두 차례 맺었다. 하지만 김태술의 나이도 37세. 경기력이 떨어지는 시점 은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허 웅이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었다. 김태술이 KGC전을 앞두고 개인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을 하다, 마지막일 수 있다는 걸 암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은퇴 확정까지는 아니지만, KGC전이 이번 시즌 마지막 출전인 건 사실이었다.
지난 10일 창원 LG전을 끝으로 오랜 기간 경기에 뛰지 않았던 김태술이 KGC전 엔트리에 합류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되는 분위기 속 이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자연스럽게 김태술 활용도가 떨어졌다. 결국 이 감독은 김태술이 전성기를 보냈던 KGC를 상대로 경기를 뛰며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게 배려했다. 김태술과 베테랑 윤호영은 이번 시즌 남은 3경기에 뛰지 않기로 했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이를 악물고 뛰는 모습이었다. 득점은 2점에 그쳤지만, 장기인 어시스트를 5개나 기록했고 중요한 순간 스틸도 2개를 성공시켰다.
그렇게 김태술의 2020~2021 시즌이 끝났다. 김태술은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 신분이 된다. DB와 재계약 하지 않거나, 새 팀을 찾지 못하면 선수 생활 마무리를 해야 한다. 이 감독과 구단은 김태술과 얘기를 나누고, 그의 생각을 들어보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김태술도 이 문제에 대해 최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술은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서울 SK에서 프로에 데뷔해 2007~2008 시즌 신인상과 베스트5를 거머쥐었다. 이후 KGC로 이적해 이 감독과 2011~2012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김태술의 최전성기였다. 강동희, 이상민(서울 삼성 감독) 이후 패스 한 방으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유일무이한 정통 포인트가드였다.
과연, 김태술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