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5이닝만 막아줬으면 좋겠다."
27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선발진 줄부상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던 SSG였지만, 그야말로 벼랑 끝이었다. 이틀 간의 창원 원정에서 마운드 말그대로 '넉다운' 됐다. 25일 선발 등판한 신재영이 2⅔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간 뒤 장지훈-최민준-박민호-김상수를 차례로 올려 9회까지 버텼다. 하지만 결과는 10대11 9회말 끝내기 패. 와신상담한 26일에도 선발 김정빈이 3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가자, SSG는 선발 자원 및 전날 2⅓이닝을 던진 장지훈을 제외한 나머지 불펜 투수를 모두 투입했다. 하지만 연장 12회 대혈투 끝에 10대10 무승부에 그쳤다. 27일 NC전을 앞두고 신재영을 1군 말소하고 계투 요원 신재웅을 콜업한 이 감독은 "이틀 동안 불펜 투수들이 너무 많이 나갔다. 투구 수도 많아 선발 한 명을 빼는 쪽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간절함 때문일까. 이태양은 올 시즌 세 번째 선발 등판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틀 동안 SSG 마운드를 상대로 33안타, 21점을 뽑아낸 NC 타선을 6회까지 단 1안타 무4사구 무득점으로 막아냈다. 투구수는 70개.
이태양은 첫 선발이었던 지난 16일 광주 KIA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으나, 22일 인천 LG전에선 5이닝 10안타(5홈런) 9실점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NC전에선 압도적인 투구로 앞선 부진을 지우고 팀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이태양이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QS)를 마지막으로 달성한 것은 한화 시절이던 2017년 5월 30일 대전 두산전 이후 1489일 만이다.
올 시즌 이태양의 출발점은 선발이 아니었다. 한화 시절인 2018년부터 불펜 전업한 이태양은 지난해 SK(현 SSG)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줄곧 불펜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이달 초 르위키 박종훈 문승원이 줄줄이 이탈하며 생긴 선발진 구멍을 메우기 위해 대체 선발로 호출됐다. 한화 시절 선발 경험을 갖춘 이태양은 최후의 보루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팀에게 이태양의 QS역투는 소금과 같았다.
그러나 이태양은 승리를 얻질 못했다. 김 감독은 3-0 리드를 잡은 7회말 이태양을 불러들이고 최근 좋은 구위를 선보인 김택형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김택형은 양의지에 1타점 적시타를 내준데 이어, 애런 알테어에 동점 투런포까지 얻어 맞았다.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했던 이태양, 허공에 날아간 승리가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날이었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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