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제대로 꼬였다.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향해 나아가던 길. 한국은 아시아 2차 예선에서 8전 전승, 27득점-무실점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당시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을 향해 '갓틸레케'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최종예선의 시작과 동시에 암운이 드리웠다. 한국은 이른바 '창사쇼크', '시리아전 졸전'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슈팅영개'로 전락하며 중도사퇴했다. 소방수로 나선 신태용 감독이 가까스로 팀을 월드컵에 올려놓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랬다. 월드컵으로 가는 마지막 길은 단 한번도 순탄치 않았다. 강팀들과의 연전. 홈과 원정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 2차예선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속 한국은 주춤했다.
카타르로 가는 길. 이번에도 쉽지 않은 여정이다. 조편성부터 만만치 않다. 한국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과 A조에 묶였다. 아시아 최강으로 꼽히는 이란을 필두로 연거푸 중동바람과 마주한다. 악명 높은 중동 원정. 그리고 침대축구.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걱정 앞에 두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벤투 감독은 최종예선을 앞두고 "전에도 말씀드렸 듯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에게는 우리의 플레이로, 올바른 자세로 임하라고만 주문한다. 걱정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뚜껑이 열렸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라크와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을 치렀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한국이 압도적 우위였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6위다. 이라크는 70위. 역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앞섰다. 한국은 20차례 격돌해 7승11무2패를 기록했다.
한국의 공격으로 시작. 벤투 감독의 공언처럼 한국은 점유율 축구를 펼쳤다. 후방 빌드업부터 차근차근 상대 진영을 노렸다. 하지만 상대의 수비는 생각보다 더 견고했다. 한국의 창은 상대의 방패에 번번이 막혔다. 김문환 이재성의 슈팅이 연거푸 빗나갔다. 마음 급해진 벤투 감독은 후반 들어 교체카드를 활용했다. 남태희 황희찬 이 용 권창훈 등을 번갈아 투입하며 변화를 노렸다. 한국은 공격에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이라크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경기가 예상대로 풀리지 않는 듯 연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렇게 밋밋한 90분이 흘렀다. 결과는 0대0 무승부. 10회 연속 월드컵에 도전하는 한국. 첫 판부터 제대로 꼬였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승점 1점을 챙긴 한국. 다음 상대는 레바논이다. 벤투호는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레바논과 격돌한다. 한국은 아시아 2차예선에서 레바논과 겨뤄 1승1무를 기록했다. 홈에서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가까스로 승리한 기억이 있다.
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