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두산 베어스는 후반기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다.
8월 승률 9위. 최근 4연패를 5일 삼성전 천신만고 승리로 가까스로 탈출했다.
생소한 그림이다.
두산은 삼성왕조가 저물기 시작한 2015년 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팀. 올해는 자칫 가을야구도 못 갈 판이다.
지난해 같지 않은 마운드. 타자들이 초조해졌다. 4연패 기간 동안 8득점. 평균 2점이다. 그나마 4일 삼성전에서는 무득점으로 침묵하다 경기가 기운 8회 4득점이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최근 야수 미팅을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사령탑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경기 초반에 잘 때려 패전조가 일찍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러나보니 타자들이 신나게 쳤죠. 하지만 올해는 반대 상황이니까 어려운거죠."
선발이 강하지 않다 보니 리드를 당하는 경기가 많은 상황. 상대팀의 필승조를 계속 상대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타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신바람 타격이 안되는 이유다.
"스트레스는 어차피 똑같은 거잖아요. 기 싸움을 할 수 있는 기가 있어야 한다고, 그런 마음으로 하라고 했어요. 자꾸 '안되면 어떻게 하나, 지면 어떻게 하나' 이런 부정적 마음을 가지면 위축되거든요. 아무래도 그런 마음이 큰 거 같아요. 방어적으로 될 때 힘들어지죠. 그런 부분이 제일 크다고 봐요."
약팀의 전형적인 악순환 고리다.
약한 상대를 만난 상대팀은 포기할 줄 모른다. 똑같은 1승이라 가능한 강한 선발을 하위팀에 집중 투입한다. 어지간히 지고 있어도 필승조를 가동하며 역전을 노린다. 여러모로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종종 역전패도 나온다. 빨리 달아나려는 타자들의 조바심이 커질 수 있다.
만년 강팀이던 두산으로선 생소한 변화다.
두산은 늘 약팀을 괴롭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약자의 설움을 맛보고 있는 셈.
김태형 감독은 편안한 마인드를 강조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겨야 가능한 지점.
김 감독의 조언 후 두산 타선은 모처럼 화끈하게 터졌다. 5일 대구 삼성전에서 선발전원안타를 기록하면서 4연패에서 벗어났다. 최근 겪었던 극심한 집단 슬럼프를 감안하면 희망적인 모습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