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10개 팀은 매년 우승을 목표로 시즌을 준비하고 맞는다. 그러나 객관적 전력상 우승을 다툴 수 있는 팀은 2~3곳이다. 소위 '윈나우(win-now)'가 목표인 팀이 그 정도 된다는 뜻이다.
지난 3월 KBO리그 관계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본지 설문조사에서 '올시즌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을 묻는 질문에 76명이 NC 다이노스, 18명이 LG 트윈스를 꼽았다. NC는 '디펜딩챔피언이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대부분이었고, LG는 '투타의 안정과 강한 외인 원투펀치, 팀 뎁스가 양호' 등의 답이 달렸다.
그럴 듯했다. 하지만 4월 4일 시즌 개막 후 5개월 레이스를 펼친 결과 예상 밖의 판도가 펼쳐지고 있다. 본지 설문 조사에서 단 한 명도 우승 후보로 지목하지 않은 KT 위즈가 후반기에도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KT는 심지어 '5강 후보' 조사에서도 56명의 지지를 얻는데 그쳐 10개팀 중 5위였다. 지난해 시즌 막판까지 돌풍을 일으키며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오른 KT가 올해는 겨우 턱걸이로 가을야구에 진출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KT는 지난 6월 25일 단독 1위로 올라선 이후 8월 12일 하루를 제외하곤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지난 4~5일 LG와의 잠실 2연전을 쓸어담고 59승38패1무(승률 0.608)를 마크하며 단독 선두 체제를 굳건히 했다. 승패 '마진'이 21경기로 올시즌 최대치를 찍었다. 2위 LG와의 승차도 올시즌 최대인 4게임으로 벌렸다.
지난 8월 20일 50승에 선착한 KT는 60승 선점도 확실시되고 있다. 60승을 선점한 팀의 정규시즌 우승 확률은 73.3%다. KT가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 고지에 7부 능선 이상 올랐다고 보면 된다.
KT의 이러한 행보는 구단 내부조차도 예상하지 않은 일이다. KT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해 정도면 만족한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2위, 종합 3위를 기록했으니 올해는 '가을야구에 진출해 시리즈를 한 단계 통과하면 성공'이란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까지 온 이상 목표를 상향 조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선수, 코치 시절 숱한 영광과 좌절을 겪은 KT 이강철 감독이 지금의 구단 안팎 분위기를 모를 리 없다. 정규시즌 우승은 현실적으로 가능해졌고, 기왕 이렇게 된 이상 한국시리즈 정상까지 통합 우승도 욕심낼 만한 상황이다.
이럴 때 감독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전하는 메시지의 무게는 평소와 다를 수 있다. 이 감독은 "속으로는 1위를 지키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감독 스스로 평정심 유지에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단에 관해서는 "긴장감을 갖고 하되 안 풀릴 때는 내가 편하게 하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저번 고척 3연전(8월 10~12일)을 모두 지고 난 뒤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게 보여 '하던대로 하자. 우리 잘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며 일화도 들려줬다.
물론 과욕도 금물이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타이틀에 욕심을 내면 안되더라. 18승을 하던 해(1992년) 결국 욕심내다 다승왕을 못했는데 그때 선동열 선배가 '천천히 하라'는 말을 해줬는데, 팀도 마찬가지"라며 "누가 못하면 다른 선수가 해주고, 누가 힘들면 또다른 선수가 메워주면 된다. 팀적으로 그렇게 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6일 현재 KT는 팀 평균자책점(3.87) 2위, 평균득점(5.46) 1위에 올라 있다. 공수가 가장 조화로운 팀이다. 9월 들어 6인 로테이션이 가능해졌고, 이 감독은 "불펜에서 버릴 투수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타선도 대체 외인타자 제라드 호잉이 제 궤도에 오르면서 전체적인 짜임새가 한층 높아졌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승리 의지가 남다르다.
'윈넥스트(win-next)'를 내걸고 시작한 KT가 가을 초입 '윈나우'를 본격 외치기 시작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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