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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된 BAT코리아, 지지부진 실적 등으로 어려움 산적…신제품 출시 앞둔 김은지 대표 재도약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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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업체 BAT코리아가 이달 1일 공식적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지난 6년간 대표이사를 4차례나 변경했음에도 불구, 해체 수순을 피하지는 못한 것.

향후 담배 제품 공급은 BAT그룹 본사 계열사이자 한국 법인인 로스만스파이스트비브이(BAT 로스만스)가 맡게 된다.

이와 관련 BAT코리아 측은 물류비 증가와 영업환경 변화로 개별 소매점 영업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사장으로 선임되며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란 기대를 받은 김은지 BAT로스만스 대표는 BAT로스만스와의 통합 직후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업황과 점유율 제고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기도 하다.



▶BAT코리아, BAT로스만스와 통합 수순 밟아…해체 과정에서 일부 잡음도

BAT코리아의 영업 종료에 따라, 향후 던힐 등의 브랜드 라이센스와 판권을 보유한 BAT 로스만스가 국내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게 된다.

BAT코리아는 국내 담배 유통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법인 변경의 주 원인으로 꼽았다. 주요 판매채널이 기존 소매점에서 편의점으로 전환되면서 유통구조 간소화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

그간 BAT그룹은 경상남도 사천에 위치한 BAT제조에서 생산된 제품을 BAT로스만스가 받아 BAT코리아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국내 담배유통사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편의점을 통한 판매가 유통 주요 채널로 자리잡으면서 회사 입장에서 영업사원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진 점도 BAT코리아 사업을 종료한 계기가 됐다.

BAT코리아는 지난 6월 사업 종료를 알리고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에 나섰다. 사천 공장 소속 500명은 고용을 유지하고, 영업직 200명은 유통협력사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이직시켜 유사 업무를 담당하도록 조치했다.

나머지 생산직 200명과 사무직 100명은 BAT로스만스로 소속이 변경된 뒤 동일한 업무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잡음도 새어나왔다. 담배업계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물류업계 급여 수준 때문에 일부 영업직 직원들 사이에서 급여나 처우 등에 불만을 표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고용안정 보장 여부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BAT로스만스 측은 "영업직 직원들의 소속 회사가 변경되면서 일부에 한해 급여 수준에 변동이 있는 것은 맞지만 기존 급여나 처우와 비교해 볼 때 최대한 유사한 수준을 보장해 준 것으로 안다"면서 "소속 회사 변경에 따른 퇴직금과 위로금을 별도로 지급했다"고 말했다.

인턴사원과 일부 계약직 직원들과 관련해서는 "고용 유지 의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들의 처우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답했다.

다만 회사 측은 퇴직금·위로금 규모, 고용을 유지한 인턴 혹은 계약직 직원 수 등과 같은 명확한 수치나 데이터는 대외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달 말 신제품 출시·사업 전략 발표 앞둔 김은지 대표, 담배시장 내 재도약 가능할까

관련 업계는 지난해 7월 대대적 혁신을 꾀할 거란 기대 속에 BAT코리아의 방향키를 잡았던 김은지 대표가 최근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두고 사업을 안정적인 궤도로 끌어올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평을 내놓고 있다.

2004년 던힐 브랜드 매니저로 BAT코리아에 입사한 김 대표는 던힐 브랜드 팀장, 국내 영업 총괄, 사업 개발 담당 등의 보직을 거친 인물이다. 2010년 팀장 재직 당시 던힐 브랜드 점유율은 18.08%까지 상승했다. 사장 선임 직전에는 전 BAT인도네시아 브랜드 총괄 업무를 맡아 현지 브랜드 포트폴리오 개발과 구축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던힐 신화'가 사라진 2014년 이후 BAT코리아의 매출액은 연평균 5%씩 감소했다. 2019년 매출액은 3562억원이었으며 2020년에는 3192억원으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영업손실 51억원을 기록한 2019년과 달리 2020년에는 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자 담배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변화를 기민하게 감지하지 못한 탓에 BAT로스만스가 전개하는 담배 브랜드들 또한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분석이다.

유통구조 단순화로 부진했던 실적에 일단 숨통을 틔우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특성을 지닌 국내 담배시장에 드라마틱한 변화나 효과를 기대하기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가운데 신제품 출시로 시장 내 재도약을 준비 중인 김 대표의 어깨는 매우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재도약을 준비중인 만큼 기존과 확연하게 다른 신제품 홍보나 마케팅, 혁신적인 경영 전략 등 여러 개의 '필승 카드'를 들고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담배업계에 따른 지난해 기준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KT&G가 50%, 필립모리스가 20%, BAT코리아는 1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 차원의 담배사업 규제도 회사의 지속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김 대표 역시 지난해 말 BAT코리아 창립 30주년 기념식 자리에서 "담배 시장에서 점유율 1%포인트를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BAT로스만스 관계자는 "이달 말 신제품 출시와 간담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김 대표가 직접 향후 사업 방향과 전략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