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그렇게 홈런을 잘 치는 선수가 번트를 댔다. 수비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결과다."
올해 KBO리그에는 외국인 감독이 3명이다. 덕분에 야구팬들은 평소 국내에선 보기 드물던 극단적인 시프트를 자주 구경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롯데 자이언츠는 한화 이글스와 더불어 가장 적극적인 시프트를 거는 팀이다. 한화처럼 외야수 4명 또는 내야수 5명을 운영한 적은 없지만, 타 팀과는 확실히 대조되는 모험적인 수비를 자주 펼친다.
시프트가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은 추신수나 최형우 같은 거포 좌타자를 상대할 때다. 투수 옆을 스쳐 2루 위로 빠져나가는 중전안타, 혹은 1,2루 사이를 가른 완벽한 안타성 타구가 범타 처리되는 것은 이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때론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클린 히트가 직선타 처리되기도 한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종종 제시되는 것은 텅 빈 유격수-3루쪽을 노린 기습번트다. 롯데의 경우 마차도 한 명에게 내야 왼쪽을 모두 맡기고 1,2루 사이에 수비를 집중시키는 모습이 자주 나오기 때문. 그렇다면 자타공인 팀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가 번트를 대는 건 팀에게 이득일까.
24일 SSG랜더스 전을 앞두고 만난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추신수에게 번트 안타를 내준다면, 나쁘지 않은 결과"라며 웃었다.
"1스트라이크 상황이라 유격수를 뒤로 좀 뺐더니 추신수가 바로 번트를 댔다. 그런데 번트라는게 100% 성공할 수도 없는 거고, 앞서 홈런 2개 친 선수에게 1루만 내준 게 나쁜 결과는 아닌 것 같다."
추신수는 전날 롯데전에서 1회와 4회 장쾌한 홈런을 쏘아올리며 4타점을 올렸다. 다소 타이밍이 어긋난 상황에서도 가벼운 스윙에 팔로 스루를 통해 힘을 실어 넘기는 탁월한 기술도 과시했다. 롯데 선발 박세웅을 무너뜨린 2방이었다.
그런 추신수조차 5회에는 3루 쪽 번트 안타를 성공시켰다. 왼쪽 내야를 비운 롯데가 마차도마저 깊은 수비를 펼친 쪽을 공략한 것.
하지만 서튼 감독은 "박세웅이 정말 잘 던졌는데 추신수가 워낙 잘 쳤다. 홈런 맞은 건 기분이 나빴겠지만, 멘털이 흔들릴 상황은 아니었다고 본다"면서 "박세웅은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그냥 스트라이크가 아닌 질 좋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