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가 그리웠다."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은 25일 하나원큐와 시즌 첫 경기를 통해 완승을 거뒀다.
전반 내내 공수에서 손발이 맞지 않고, 코트 밸런스도 맞지 않아 3쿼터 중반에는 역전까지 허용했지만 이내 외곽포를 폭발시키며 76대62로 승리했다. 경기를 마친 후 위성우 감독이나 이날 3점포 5개를 포함해 23득점을 올린 박혜진, 지난해 12월 이후 10여개월만에 코트에 복귀한 김정은까지 모두 공통적으로 꺼낸 단어는 '완전체'였다.
사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1위는 결과적으론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팀의 에이스인 박혜진이 시즌 개막전부터 족저근막염으로 라인업에서 빠지더니, 김정은마저 시즌 중반을 막 넘어가는 시점에서 발목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했다. 이어 최이샘까지 무릎 부상 여파로 10경기를 결장하는 등 시즌 내내 베스트5를 제대로 가동하기는 커녕 선발 라인업을 짜는데 애를 먹을 정도였다.
강력한 1위 후보였던 KB스타즈가 시즌 막판 불의의 패배로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한 탓에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1위를 확정하는 운도 따랐지만, 결국 부상 선수들의 몫을 기존 멤버들이 나눠서 역할을 하면서 오버페이스를 해야 했고 이는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에 무릎을 꿇는 원인이 됐다. 지난 시즌을 돌아본 위 감독은 "정규리그 1위를 달성하고도 챔프전도 못 올라갔으니 왜 아쉽지 않았겠나"면서 "1위 탈환의 기회가 있다보니 욕심과 조바심이 컸던 것 같다. 선수들의 부상 관리나 팀 운영에 대해 많이 배운 한 시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불구, 대체 멤버인 김진희를 깜짝 발굴했고 김소니아 박지현 등 기존에 선배들의 후광에 밀렸던 후배들이 부쩍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여기에 박혜진이 오랜만에 몸 상태에 대한 큰 이상없이 시즌 개막을 맞게 됐고, 수술과 재활을 거쳐 아직 완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이날도 22분 정도 기용돼 상대의 슈터 구 슬을 잘 막고 알토란 같은 3점포 2개를 꽂아넣으며 존재감을 과시한 김정은까지 합류하면서 비로소 한 시즌만에 '완전체'로 거듭난 것이다. 경기 후 김정은은 "이렇게 적은 플레이 타임을 가져가도 되겠냐는 걱정도 있지만, 공격 옵션은 워낙 많으니 수비 하나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 현재의 내 역할"이라고 말하자, 박혜진은 "(김)정은 언니에게 단 5분이라도 좋으니 시즌 끝까지 부상 없이 함께 뛰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응답했다.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조만간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할 안덕수 전 KB스타즈 감독은 "오늘 경기처럼 플레이 타임과 관계없이 김정은이 코트에 나설 수 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엄청난 전력 상승 효과"라고 말했다. 완전체로 거듭난 우리은행의 3년 연속 정규리그 1위 달성 도전의 가장 큰 장벽은 올해도 역시 강이슬 영입으로 더욱 강해진 KB스타즈라 할 수 있다. 두 팀은 11월 4일 시즌 처음으로 만난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