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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처음 개봉해 감각적인 비주얼과 액션, 다양한 철학과 상징이 뒤섞인 지적인 SF영화로 평단과 관객 양쪽 모두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문화계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영화 '매트릭스'. 1편에 기록적인 흥행 성공으로 지난 2003년 이례적으로 2편 '매트릭스2-리로디드'(2003)와 3편 '매트릭스3-레볼루션'를 동시에 개봉하며 전설의 방점을 찍었던 '매트릭스'가 무려 18년만에 속편 '매트릭스: 레저렉션'으로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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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앞선 '매트릭스'의 레퍼런스들이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매트릭스' 철학의 핵심이 되는 빨간약과 파란약의 선택부터 네오를 진실로 이끄는 토끼 문신, '매트릭스' 이미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선글라스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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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시리즈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매트릭스'를 사랑한 팬들에게는 반갑고 즐거운 일이지만 '매트릭스'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진입장벽, 그 이상도 아니다. 앞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이 이전 시리즈를 보지 못한 관객들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오락물을 만들어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이전 편들의 기억을 되살리도록 돕기 위해 친절하게 1~3편의 주요 장면까지 영화 중간 중간 삽입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며, 이 시도가 오히려 이전 시리즈를 보지 못한 관객들을 '왕따' 시키는 느낌마저 준다. '매트릭스' 처럼 어머어마한 제작비가 들어가 막대한 오락 블록버스터는 최대 다수의 관객들이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다. 그런 면에서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실패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들이 '매트릭스' 1편이 개봉했던 1999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마한 기술적 발전을 이룬 만큼, 이전 시리즈에서 다소 어색하게 그려졌던 특수 효과와 CG는 이번 영화에서 만큼은 최상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1편에서 처음선보이며 '매트릭스' 식 액션 스타일을 완서시켰던 슬로우 모션을 활용한 액션, 일명 불렛 타임 액션은 이번 영화에서 더욱 흥미롭게 활용된다. 네오의 무기로 사용됐던 불렛 타임 액션이 이번 영화에서는 네오와 트리니티를 위협하는 액션으로 쓰인다는 것부터 아니러니한 재미를 제공한다.
하지만 발전한 볼거리에 비해 스토리는 한없이 빈약하다. 3편에서 기계 세계의 최고 권력자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의 거래를 통해 최후의 인간 국가의 시온에 평화를 보장하고 장렬히 전사했던 주인공 네오. 그가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매트릭스 세계 안에서 의미없이 반복적인 삶을 살고 있고, 자신의 찾아온 이들로 인해 매트릭스 세계의 진실을 깨닫고 각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은 이미 1편에서 똑같이 그려졌던 일이다. 후반 벌어지는 네오와 트리니티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역시 전형적인 러브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매트릭스'의 레퍼런스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것을 넘어 이전 시리즈의 내용까지 그대로 반복하는 것. 겉모습은 화려한 예쁜 포장지로 포장했으나 그 안의 알맹이는 18년전 그것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