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중국)=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안경선배의 '치명적 매력'이다.
운명의 한-일전. 한국은 완벽했다. 피터 갤런트 한국 대표팀 감독은 "모든 게 완벽했다. 모든 샷이 퍼펙트했다"고 했다.
실제 그랬다. 김경애 김영미 김선영 등은 신들린 듯한 샷 감각을 보였다. 특히 김경애와 김영미는 고비마다 더블 테이크 아웃(상대 스톤 2개를 동시에 쳐내는 샷) 트리플 테이크 아웃 샷을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일본을 거세게 압박했다.
'안경선배' 김은정은 완벽한 마무리로 한국에 대량 득점을 안겨줬다. 일본이 자랑하는 스킵 후지사와 사츠키의 치명적 실수와 극단적 대비를 이루는 맹활약이었다.
하지만,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김은정은 기복은 엄청나다. 마치 천당과 지옥을 초고속 열차로 수없이 왕복하는 느낌이다.
1차전 캐나다전에서는 절묘한 샷도 있었지만, 7엔드 미스샷이 나오면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고, 패배한 중국과 미국전에서도 결정적 미스를 범했다. 그러나 영국과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 그리고 일본전에서는 외신기자들도 감탄할 정도의 절묘한 샷을 연달아 꽂으면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사실, 마지막 샷 2개를 던져야 하는 스킵의 부담감은 어마어마하다. 때문에 스킵의 활약도에 따라 팀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 컬링의 특성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승승장구했지만, 스킵 후지사와의 잇단 어이없는 미스샷으로 초반부터 꼬였고, 결국 9엔드 이후 경기를 포기하는 완패를 당했다.
그러나, 베이징에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 경기장마다, 그리고 매일 바뀌는 빙질이 강력한 변수다. 이변 대회는 유난히 이변이 많다. 최약체로 꼽히는 중국이 스웨덴과 한국을 잡아냈고, 중위권은 완벽한 춘추전국시대다. 4승2패가 3팀(일본 스웨덴 미국) 3승3패가 3팀(한국 캐나다 영국)일 정도다.
'안경선배'의 '지옥과 천당 순환 열차 시스템'도 이 배경에서 만들어진다.
일단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의 시트(컬링장)는 총 4개다. 본부석 맨 왼쪽부터 나란히 A, B, C, D로 배치된다. 사이드에 위치한 A, D 시트는 급격히 휘고, 급격히 떨어지는(스톤이 나가지 않는) 구간이 많다.
물론 다른 경기장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특성은 가지고 있다. 즉, 아이스 적응의 문제는 세계적 컬러(컬링 선수)들에게는 필수다.
문제는 B, C의 시트는 또 다르다는 점이다. 김은정은 "사이드 시트(A, D)에 비해 미들 시트(B, C)는 덜 휘고, 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즉 같은 경기장에서 시트마다 아이스 빙질이 다르다. 이 부분이 이변의 변수다.
김은정의 기복 원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13일 경기가 끝난 뒤 컬링 아이스 테크니션들은 스톤에 컬(회전)을 좀 더 추가하겠다고 공식 통보했다.(매 대회마다 이런 조정은 이뤄진다)
한국은 14일 오전 미국전에서 아이스 적응이 잘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우려스러웠다. 그러나 '팀킴'은 '팀킴', '안경선배'는 '안경선배'였다.
완벽한 빙질 적응으로 고감도 샷을 뿌렸고, 결국 일본은 9엔드가 끝난 뒤 기권을 선언했다. 안경선배는 드디어 '감'을 잡았다. '치명적 매력'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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