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FA 자격을 얻기 직전 '커리어 하이'를 찍는 것을 두고 'FA로이드'라고 한다.
프리에이전트(Free Agent)와 근육강화제 스테로이드를 합성한 말인데, 공식 용어는 아니다. 한국, 미국, 일본 프로야구 어디를 막론하고 FA로이드는 실체가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증명돼 왔다. 큰 돈을 벌 수 있는데 없는 힘까지 동원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내려는 건 선수들의 '인지상정'이다.
올시즌 후 FA 시장 최대어로 두 명의 야수가 꼽힌다.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와 LA 다저스 트레이 터너다. 저지는 60홈런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고, 터너는 지난해 시즌 중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이후 최정상급 내야수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8일(한국시각) 현재 터너는 135경기에서 타율 0.304(552타수 168안타), 19홈런, 91타점, 85득점, OPS 0.826을 기록 중이다. 터너의 커리어 하이는 작년 시즌이었다. 타율 0.328, 28홈런, 77타점을 올리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도 공수에서 활약상이 눈부시다. 수요가 많은 유격수라는 점에서 지난 겨울 텍사스 레인저스와 10년 3억2500만달러에 계약한 코리 시거와 비슷한 수준의 오퍼를 받을 수 있는 후보다.
그렇다면 저지는 어느 정도 규모의 계약을 받아낼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뉴욕 양키스 랜디 레빈 사장이 이날 한 팟캐스트에서 밝힌 내용이 주목을 받고 있다. 레빈 사장은 "저지는 역대 양키스 선수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양키스 역사에서 야수 계약으로는 최고의 대우를 해줘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역대 양키스와 계약한 야수 가운데 최고 몸값 기록은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갖고 있다. 그는 2017년 12월 10년 2억7500만달러에 FA 재계약을 맺었는데, 15년이 지난 지금 가치는 3억9054만달러에 이른다. 로드리게스는 그해 타율 0.314, 54홈런, 156타점, OPS 1.067을 올린 뒤 생애 세 번째 MVP에 등극했다.
로드리게스는 2000년 12월 텍사스와 10년 2억5200만달러에 계약할 때 7시즌 후 옵트아웃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계약 후 7번째 시즌인 2007년 FA로이드를 발휘하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고 보면 된다. 로드리게스가 생애 가장 많은 타점과 가장 높은 OPS를 마크한 시즌이 바로 2007년이다. 홈런은 2002년(57개) 다음으로 많이 쳤다.
레빈 사장이 밝힌대로라면 저지는 로드리게스보다 높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총액 4억달러는 돼야 한다는 소리다. 뉴욕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는 최근 '양키스가 평균 연봉 3250만달러 수준의 오퍼를 제시할 것 같은데, 저지는 최소 3600만달러 이상을 요구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10년 계약이면 3억6000만달러다.
저지는 이날 현재 홈런(55), 타점(118), 득점(110), 장타율(0.683), OPS(1.090), bWAR(8.6)에서 양 리그 통틀어 1위를 달리고 있다. 신인왕을 차지했던 2017년의 52홈런과 114타점을 이미 넘어섰다. 7홈런을 보태면 한 시즌 최다 홈런 아메리칸리그 기록인 1961년 로저 매리스의 61개를 경신한다.
한데 저지와 같은 경이적인 FA로이드를 보여준 선수가 20여년 전 있었다. 바로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 보유자 배리 본즈다. 본즈는 2001년 73개의 홈런을 때린 직후 FA가 돼 5년 9000만달러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재계약했다. 평균 연봉 1800만달러는 당시 로드리게스(2520만달러), 매니 라미레스(2000만달러), 데릭 지터(1890만달러)에 이어 4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본즈의 FA로이드는 '진짜로이드'였음이 몇 년 뒤 밝혀지게 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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