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그레이엄은 두 번째 아내와 헤어지고 실의에 빠진 나머지 자살을 시도했다. 욕조에 물을 채운 뒤 전기난로를 집어넣었으나 다행히 퓨즈가 나가 목숨을 건졌다. 그 후 그는 "뇌가 죽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죽은 존재로 정의했다. 자신을 죽었다고 믿는 허무망상, 일명 코타르증후군에 빠진 것이다.
미국 언론인이자 과학 저술가인 아닐 아난타스와미는 신간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더퀘스트)에서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능력, 즉 자아를 상실한 이들을 조명한다.
책에 따르면 자폐스펙트럼 장애 환자는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은 천천히 기억을 잃어간다. 신체통합성장애를 가진 남자는 자기 다리를 자르고 싶어 한다. 망령에 시달리는 조현병 환자는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건물에서 뛰어내린다. 이인증(離人症)을 겪는 여성은 현실을 꿈속에서 느끼고, 황홀경 발작을 겪는 사람은 자아가 사라지고 세계와 합일하는 경험을 한다.
저자는 기이한 정신병리들과 그것을 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질문한다. 도대체 자아란 무엇인가? 그는 불교철학을 비롯해 정신의학, 뇌과학, 신경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자아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간다.
불교 철학과 대니얼 데닛 같은 철학자는 자아가 대체로 허구라는 말한다. 철학자 토마스 메칭거는 자아 모형과 세계모형이 상호작용하면서 현상적 자아가 형성된다는 입장이 견지한다. 뇌의 어떤 신경 과정이 우리에게 스스로를 인지하는 자아 경험을 주고 주관성을 부여한다는 안토니오 다마지오 같은 신경과학자들의 의견도 있다.
저자는 이 가운데 불교 철학의 입장을 지지한다. 그는 "병은 바로 자아"라며 "자아가 대체로 허구적이라는 본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자신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철학자 조나단 가네리의 말을 소개한다.
"나에 대한 인지적 집착들이 그 자체로 일종의 병이자 장애의 근원이라는 것이 불교사상의 핵심입니다."
변지영 옮김. 396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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