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페르시아 제국을 격파한 20대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세계 정복을 꿈꾸며 동진했다. 그러나 비정규군에 가까운 부족 집단의 공격은 예측불허였고, 집요했다.
매복과 치고빠지는 그들의 전술 탓에 마케도니아군은 고전을 거듭했다. 알렉산드로스는 화살을 맞아 다리가 산산조각 났고, 목과 머리에 돌을 맞아 거의 시력을 잃을 뻔했다. 보이지 않는 적의 수는 끝도 없는 듯했다. 힘으로 그들을 누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패기만만했던 알렉산드로스가 현지 부족의 딸과 정략결혼을 하는 등 외교 정책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미국 군사 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맥스 부트가 쓴 '보이지 않는 군대'(원제: Invisible Armies)는 게릴라전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800페이지가 넘는 이 두꺼운 '벽돌 책'은 청동기시대부터 최근 미국·이라크전까지 정규군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게릴라들의 활약을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강력한 정규군도 게릴라들의 집요한 전술에 쉽게 무너지곤 했다. 페르시아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키루스 대왕은 기원전 529년 '치고 빠지는 전투'의 달인이었던 스키타이 부족에게 농락당하다 최후를 맞았고, 그를 계승한 다리우스 대왕도 스키타이 섬멸에 나섰지만, 발 빠른 그들의 공수 전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당대 최강이었던 로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대 반란을 진압하러 왔던 로마군은 66년 11월 산악지대에서 유대인 게릴라의 공격을 받고 대패했다. 5천700명 이상이 전사했으며 군기마저 빼앗겼다. 군기를 잃는 건 로마군 최대의 수치였다.
유럽을 거의 정복한 나폴레옹도 1808~1814년 스페인 전쟁 당시 비정규군인 게릴라들의 공격에 오랫동안 곤욕을 치렀다. 게릴라라는 말은 이 전쟁에서 파생했는데, 스페인어로 '작은 전쟁'을 뜻한다.
2003년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고자 전쟁에 나선 미군은 손쉽게 후세인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고통이 시작된 건 후세인 축출 이후였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단숨에 이라크를 정벌했으나 테러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미국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공격한 후 민간인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미군은 이라크전이 개시된 지 4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테러전에 대응할 수 있는 '야전교범'을 발간해 대응할 수 있었다.
저자는 역사상 게릴라전, 테러전 같은 저강도 분쟁의 다양한 예를 소개하면서 게릴라전이 유사 이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효과적인 전쟁의 형태였고, 약자의 보편적인 전쟁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과학기술의 발달이 저강도 분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미래에 과학기술을 활용한 저강도 분쟁으로 인해 과거보다 더 큰 문제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플래닛미디어. 문상준·조상근 옮김. 88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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