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워릭대 교수가 쓴 근대 과학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근대 과학은 흔히 '과학 혁명'이라 불리는 16세기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페르니쿠스의 걸작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1543)가 발표된 후 우후죽순처럼 천재 과학자들이 나타났다. 갈릴레이는 목성의 위성을 관찰했고, 로버트 보일은 기체의 특성을 처음으로 묘사했다. 데카르트는 기하학을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고, 레이우엔훅은 현미경으로 세균을 처음 관찰했다. 그리고 만유인력과 운동의 법칙을 설명한 뉴턴은 유럽 곳곳에서 발생한 이런 발견을 종합해 과학혁명을 완성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과학사는 이렇게 묘사된다. 케임브리지대의 유명 역사학자인 허버트 버터필드는 이를 두고 "과학혁명은 서구의 창조적인 산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임스 포스켓 영국 워릭대 교수는 신간 '과학의 반쪽사'(블랙피쉬)에서 이런 과학의 역사는 편견으로 가득 찼고, 기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근대과학은 언제나 전 세계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모인 사람과 아이디어에 의존했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근대과학의 문을 열어젖힌 코페르니쿠스의 천문학 연구는 아랍어와 페르시아어 문헌에서 가져온 최신 수학 기법에 의존했다.
또한 이 시기는 오스만제국의 천문학자들이 이슬람의 과학 지식에 기독교와 유대교 사상가들로부터 가져온 새로운 아이디어를 결합해 지중해를 넘나들던 무렵이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명나라 천문학자들은 중국 고전과 라틴어로 적힌 과학 문헌을 함께 공부했고, 인도학자들은 그때까지 나온 것 가운데 가장 정확한 천문표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16~17세기에는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과학혁명이 진행되고 있었고, 다양한 발견들이 잇달았다. 책은 아스텍의 궁전부터 오스만제국의 천문대, 인도의 연구소, 중국의 대학까지 전 세계 근대과학의 '진짜' 역사를 살핀다.
아울러 코페르니쿠스보다 먼저 천동설의 오류를 지적한 이슬람의 천문학자들, 아인슈타인에게 양자역학 연구와 관련한 영감을 준 인도의 물리학자, 말라리아 치료법을 발견한 아프리카 노예 출신 식물학자 등 기존 과학사에서 소외됐던 학자들을 조명한다.
"과학은 유럽만의 독특한 시도가 낳은 결과물이 아니며, 지금껏 그랬던 적도 없었다…. 현대 과학의 역사는 전 세계적인 규모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과학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김아림 옮김. 536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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