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가 펴낸 첫 에세이…세월호 사건과 그 이후 이야기 담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세월호 식당에서 모두가 아침을 먹고 있었다. 식판이 기울어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친구들은 "배가 커브를 돌고 있어서 그런가 봐"라고 했다. 그러나 객실에 돌아와서도 배는 한쪽으로 계속 쏠려만 갔다. 누워있기 힘들 정도였다. 불안한 마음에 객실에서 친구들이 나갔고, 곧이어 안내 방송이 나왔다. "가만히 있으세요. 움직이면 위험합니다. 가만히 계세요."
최근 출간된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다른)에 나오는 내용이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제주도로 3박 4일간의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들에게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세월호 참사다. 325명 아이 중 생환한 이는 75명. 저자 유가영 씨도 그들 중 하나였다.
책은 그날의 기록과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그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세월호 생존자가 직접 책을 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책에 따르면 사고 당일 저자는 친구와 함께 "미끄러운 바닥을 기어 위로, 계속 위로 올라간" 끝에 갑판으로 나올 수 있었다. 커다란 배가 완전히 옆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는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헬기를 타고 인근 섬에 착륙했다.
저자는 마을회관 밖에 선 채 친구들을 기다렸다. 생방송으로 "전원 구조"라는 자막이 흘러나왔다. 구조된 아이들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건 오보였다. 수많은 친구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그날 이후 그는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생존 학생들과 함께 '운디드 힐러'(상처입은 치유자라는 의미)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트라우마에 취약한 아동과 갑작스러운 재난 재해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단체였다.
그러나 단체 활동을 한다고 해서 상처가 해소되진 않았다. 그는 우울증 치료도 받았다. 참사가 발생한 지 9년이 흘렀지만, 요즘도 "때때로 찾아드는 악몽이 그날의 바다로 (그를) 데려"간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고, 평생에 남을 상처를 평범한 그가 완전히 극복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날의 일을 기록하고, 트라우마를 겪는 아동과 재난 속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다. 책 출간을 권유받고,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 책을 쓴 이유다. 그는 책에서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는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다음 세대인 아이들도, 더 성장해 나갈 저의 세대 사람들도 우리 앞에 벌어진 참사에 두 눈을 뜨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16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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