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오랜 갈증을 푼, 모처럼 뜨거운 포효였다. 하지만 2번째는 없었다.
2017년 데뷔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의 통산 타율은 3할3푼8리다. 6년 연속 3할 타율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지난해에는 타격 5관왕에 시즌 MVP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올해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5월 초순에도 타율이 2할2푼2리(117타수 26안타)에 그치고 있다. OPS(출루율+장타율)도 다시 0.6대로 떨어졌다.
"걱정할 선수가 아니"라던 홍원기 키움 감독의 태도도 조금 바뀌었다. 5월부터 이정후는 리드오프로 기용되고 있다. 사령탑의 답답함이 엿보인다.
9일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만난 홍 감독은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다. 보다 많은 타석을 뛰면서 많이 출루해주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3번 복귀 여부에 대해서는 "기록이 좀더 올라오고, 선수들의 전반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졌을 때 타순 변경을 고려하겠다. 여지는 남겨뒀다"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4월 중순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다. "내겐 문제가 없다. 운이 따르지 않고, 시프트에 걸리고 있을 뿐이다. 항상 있었던 부진이 시즌 초에 오는 바람에 눈에 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프트를 피하는 건 의미가 없다. 뚫어내야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강병식 타격코치의 2군행에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젠 마음이 급해졌다. 천하의 이정후가 기습번트를 대는가 하면, 시프트의 빈 자리를 노리는 타격도 나온다. 풀스윙을 하면서도 선구안이 좋고, 헛스윙이 없기로 유명했던 그가 높은공을 헛치는 모습도 늘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비해 바꾼 타격폼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후유증, 미국 진출을 앞둔 부담감도 원인으로 꼽힌다.
홍 감독은 "타격폼이 문제인지는 본인만 알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뭔가 문제가 있다는게 기록으로 나온다. 타격폼 때문인지, 심리적인 문제인지는 본인이 판단할 거다. 스윙 스피드나 타구 속도 같은 데이터는 예년과 별 차이가 없다. 좀더 시간이 주어지면 기록이 따라가지 않겠나"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번트를 댄 건 좀 당황스럽긴 했다. 나도 거의 처음 보는 모습"이라는 속내도 내비쳤다.
이날도 무딘 방망이가 이어지는듯 했다. 1회초 첫 타석에는 파울을 치며 볼넷을 골라냈다. 하지만 2번째 타석에는 이용규의 선제 2타점 3루타로 끓어오른 분위기를 좌익수 뜬공으로 식혔고, 5회에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2-2로 맞선 7회초에는 달랐다. 2사 1,2루의 찬스, 이정후는 볼카운트 2-2에서 LG 필승조 이정용의 145㎞ 직구를 통타, 우익선상 2타점 2루타를 만들어냈다. 주자 두 명이 재빠르게 홈을 밟았고, 2루에서 멈췄던 이정후는 홈송구를 확인한 뒤 3루까지 내달려 세이프됐다. 모처럼 주먹을 불끈 쥐며 뜨겁게 포효했다.
기쁨은 잠시였다. 키움은 8회말 LG 박동원에게 동점 투런포를 허용했다.
그리고 9회초, 다시한번 이정후에게 기회가 왔다. 2사 후 이용규의 안타와 임지열의 몸에맞는볼로 2사 1,2루, 타석에 이정후가 섰다. 투수는 신인 박명근. 어린 나이에도 염경엽 LG 감독이 '마무리 후보'로 언급할 만큼 담대한 선수다.
이정후는 중견수 쪽 잘 맞은 타구를 날렸지만, 125m 잠실 펜스는 너무 멀었다.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힌 아쉬운 타구. 작년이었다면 좀더 호쾌한 결과가 나왔을까. 키움은 이어진 연장 10회말, LG 신민재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5연패에 빠졌다.
조금씩 타격감을 되찾고 있다는게 위안이다. 키움 타선은 지난해보다 한층 약화된 모양새. 이정후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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