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키움 히어로즈 정찬헌(33)은 지난 겨울 FA 시장의 문을 닫은 인물.
20명 중 가장 늦은 3월27일에야 원 소속팀 키움과 2년 최대 8억6000만원에 계약했다. 자칫 15년 야구인생의 문이 강제로 닫힐 뻔 했던 위기.
그 때 그 간절함이 초심을 불러모았다.
"계약이 안 되다 보니까 좀 쫓기는 마음도 있었고 답답한 마음도 있었어요. 아, 내가 경쟁력이 없나, 혼자 막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죠. 버텨보자 좀 이런 마인드였는데 심리적으로 계속 왔다 갔다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의 계약. 강제 종료될 뻔 했던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건지 새삼 깨달았다.
"계약하고 나서 이제 정말 후회 없이 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껏 15년 고생했던 거 남은 계약 기간 동안 야구 인생을 잘 마무리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계약 기간 후에 다시 계약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이 시기는 정말 제가 야구를 마무리 짓는 데 잘 준비하고 제가 이제껏 느꼈던 것, 해왔던 것들을 잘 다지고 가는 그런 준비 과정인 것 같아요."
정찬헌은 21일 대구 삼성전에 시즌 9번째 등판했다.
놀라운 결과였다. 개인 1경기 7이닝 최소투구인 77구를 던지며 6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 9번째 등판만에 6번째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투심,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등 현란한 변화구로 삼성 타선의 예봉을 피했다.
하지만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다.
키움 타선은 단 1점도 안기지 못했다.
6경기 퀄리티스타트지만 승리는 단 1승 뿐이다. 답답하지 않을까.
"승리하지만 못했지만 팀이 승리해 전혀 아쉽지 않아요. 저희가 하위권을 맴 돌다가 중위권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조금 도움이 되고 팀이 이기는 방향 속에서 좋은 피칭을 했다는 게 저한테는 더 만족스러운 상황이었죠. 지금보다 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도움이 돼야 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했고 지금 1승보다는 앞으로 나올 1승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77구 만에 마운드를 내려온 데 대해서도 "제가 구위형 투수도 아니고 맞춰 잡는 유형의 투수다 보니까 타순이 돌수록 타자들이 적응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고 그런 부분에서 코칭스태프와 생각이 일치한 것 같다"며 팀 퍼스트를 강조했다. 모두가 외면했던 FA 투수의 깜짝 변신. 정찬헌 덕분에 키움은 바야흐로 최강 선발진을 굳혀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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