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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FA, 생각도 못했는데…" 트레이드 두 달만에 깜짝 다년계약, 베테랑도, 아내도 놀랐다[광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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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아내가 '빨리 사인하라'고 하더라구요(웃음)."

보상 선수와 두 번의 FA, 그리고 트레이드까지.

키움 히어로즈 이원석(37)은 말 그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2005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 인생을 시작한 그는 2009년 FA 홍성흔의 보상 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향했다.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2017년 삼성 라이온즈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고, 2020시즌을 마친 뒤 두 번째 FA 계약에 성공했다. 지난 4월엔 키움 김태훈과 트레이드돼 대구에서 서울로 둥지를 옮겼다.

키움은 28일 이원석과 2+1년 최대 10억원 다년 계약을 발표했다. 내년까지 시즌을 마치면 세 번째 FA 자격 요건을 충족시키는 이원석은 주저 없이 사인을 택했다. "계약 전날 밤에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힌 이원석은 "즉시 아내에게 전화를 하니 너무 좋아하면서 '빨리 사인하라'고 하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4월 한 달간 타율이 무려 3할9푼4리에 달했던 이원석은 5월 타율이 1할5푼8리까지 추락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자신을 불러준 팀이나 활약을 기대한 팬 모두에게 얼굴을 들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월간 타율이 2할9푼2리까지 상승하면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원석은 "스트레스가 많았다. 많은 분들이 기대해주셨는데 개인 뿐만 아니라 팀 성적도 좋지 않아 '괜히 왔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나도 모르게 성적을 신경 쓰게 되고, 타율에 연연하는 모습도 있었다"며 "마음을 비우고 전력분석 파트 조언을 받아 실행하려 한 게 지금 그나마 괜찮은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다행히 팀 성적도 괜찮아지고 있어 (마음의 부담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에 얻을 수 있었던 세 번째 FA에 대한 욕심은 없었을까. 이원석은 "전혀 없었다. 내년까지 내가 뛸 수 있을 것이란 보장도 없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손사래를 친 뒤 "여느 베테랑이나 비슷한 마음이겠지만, 매년이 마지막이란 생각 속에 '1년만 더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2~3년 전부터 야구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시즌 중 다년계약을 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다년 계약 후 주변에서 많은 축하를 받았다. 감독님도 '마흔까지 야구할 수 있게 돼 부럽다'고 하시더라"고 웃었다.

이원석을 붙잡은 키움의 의지는 '첫 우승'이라는 비원과 일맥상통한다. 젊은 힘에 안정감을 더할 수 있는 베테랑의 경험, 그리고 기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에 대해 압박감도 주지 않는다. 때문에 더 과감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키움의 분위기를 밝힌 이원석은 "멘탈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시스템도 너무 잘 갖춰져 있다. 선수들이 일찍 출근해 운동하고 경기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어릴 때 저렇게 했다면 (성적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1'까지 채우려 노력해야 한다. 그때(40세)까지 할 수 있다면 굉장히 잘 하는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며 "우승 반지는 늘 갖고 싶은 것이다. 모든 팀원들이 갈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며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