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떨리냐는 질문에 답은 하나였다. "저 정철원인데요."
정철원(24·두산 베어스)은 지난해 23개의 홀드를 기록하며 데뷔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과 함께 신인왕을 수상했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20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그는 1군 데뷔없이 군 복무에 들어갔고,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나왔다.
입단 당시 빠른 구속은 아니었지만, 제대 후에는 150㎞가 훌쩍 넘는 직구를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배짱 하나는 리그 최고였다. 어떤 타자가 마운드에 있든 과감하게 자신의 공을 포수 미트에 꽂았다.
올 시즌 필승조로 시즌을 맞이했던 그는 다소 기복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의 위력도 다소 떨어졌고, 상대 타자의 공략을 당하는 일도 생겼다. 자신감만큼은 꺾이지 않았다. 결국 다시 구위를 회복하면서 시즌 중반부터는 마무리투수 보직까지 맡게 됐다.
8월 한 달 동안 9경기에서 2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6.55으로 다소 아쉬운 한 달을 보냈던 정철원은 9월에는 완벽하게 부활했다. 9경기에 등판해 6세이브를 올렸고, 8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했다. 정철원이 안정적으로 뒷문을 단속하면서 두산은 NC와 함께 9월 승률 공동 1위(0.722)를 달렸다.
더이상 뒤가 없다는 생각으로 나가야 하는 마무리투수의 자리. 정철원은 "셋업맨 자리보다 부담이 될 것 같다"는 질문에 "저 정철원이다"라고 웃었다. 타고난 배짱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었다.
다시 한 번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두산은 지난 25일까지 67승1무59패로 4위를 달렸다. 3위 NC(68승2무55패)와는 2.5경기 차. 5위 SSG(64승2무62패)와는 3경기 차다.
20경기도 채 남지 않은 시즌 막바지. 더 많은 승리를 잡기 위해서는 정철원의 안정적인 뒷문 단속은 필수다. 정철원의 성공은 곧 두산의 승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정철원은 "쉬고 나가든, 연투를 하든 열심히 던질 생각이다. 마무리투수라고 해서 별다른 건 없다"고 말했다.
정철원은 지난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이닝 1볼넷 무실점 피칭으로 세이브를 챙겼다. 시즌 10번째 세이브. 차세대 마무리 투수를 꿈꿨던 정철원에게는 의미는 고지 정복이었다.
정철원은 "팀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있다면 몇 연투도 상관없다"라며 "두산에서 오래오래 마무리투수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