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이건 좀 아니지 않아?(웃음)"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관중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제각각 '따뜻한' 실내를 찾았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한 20대 여성 팬은 지인을 향해 "이건 좀 아니지 않아?"라는 멘트로 이날 추위를 에둘러 표현했다.
이날 전주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은 3도. 하지만 강풍으로 인해 체감온도는 영하권이었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 가운데 치러진 후반전은 영하의 추위 속에 이어졌다.
최근 강추위 속에 언 그라운드는 딱딱해 보였다. 선수들이 볼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었고, 자주 미끄러지는 모습도 연출됐다. 이럼에도 골잔치가 펼쳐졌다. 전반전 광주 아사니가 선취골을 넣자, 전북은 7분 만에 콤파뇨의 동점 헤더로 균형을 맞췄다. 후반 17분 광주가 오후성의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서포터즈 '빛고을'을 열광시켰지만, 눈썹 밑이 찢어지는 부상에도 붕대 투혼을 발휘한 콤파뇨가 3분 만에 감각적인 헤더로 또다시 동점을 만들며 '메드그린보이스(MGB)'와 홈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추위를 녹이기에 충분했던 접전, 직접 경기장을 찾은 1만5393명의 팬에겐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러나 부상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순 없었고, 결국 후반 막판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후반 교체 투입된 전진우가 광주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으로 파고드는 과정에서 드리블하다 넘어졌다. 고통을 호소한 전진우는 쉽게 일어서지 못했다.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은 경기 후 "부상 정도가 심각해 보인다. 현재로서는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근심을 드러냈다. 광주 이정효 감독도 "보는 분들은 재밌었겠지만 감독 입장에선 힘든 승부였다. 추운 날씨 속에 부상자가 나오지 않은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2025 K리그는 역대 가장 빠른 지난 16일부터 시작됐다. 6월 미국에서 펼쳐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7월 국내 개최가 예정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등 굵직한 이벤트가 원인이 됐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등 클럽대항전 일정을 중간에 소화해야 하는 만큼 편성이 빠듯할 수밖에 없었다.
K리그는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 경기별로 시간대를 달리해 집중도를 높여왔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한 시즌 최다 관중 동원 등의 가시적 성과도 이뤄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다만 추운 날씨가 일찌감치 예보되는 상황이라면 선제적으로 좀 더 따뜻한 시간대로 경기 시간을 조정하는 등 '운영의 묘'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문제다. 날이 풀리기 시작하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황사의 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행히 K리그엔 미세먼지 관련 경기 연기 규정이 있다. 꼼꼼하게 검토하고 적용해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
90분을 뛰는 선수나, 이를 지켜보는 관중의 건강을 지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그게 진정한 '뷰티풀 게임', 최상의 서비스다.
전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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