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방출을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스프링캠프. 등번호 121번의 선수가 연습경기에서 다부지게 방망이를 치고,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육성 선수가 다는 세자릿수 등번호. 그런데 얼굴은 낯이 익었다. KT 위즈에서 뛰던 홍현빈이었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에 지명을 받은 유망주. 컨택트 능력이 좋고, 외야 수비도 준수하고, 발도 빨라 기대를 많이 모았다. 신인 시즌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터질 듯, 터질 듯, 터지지 않았다. 2군에 가면 '맹폭'하는데, 1군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시즌이 반복됐다.
1997년생. 지난 시즌 27세였다. 대주자, 대수비로라도 쓸 수 있는 자원이고 젊으니 방출은 생각지도 못한 얘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KT는 홍현빈을 방출 명단에 포함시켰다.
다른 구단들이 깜짝 놀랐다. 왜 이 선수가 방출되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영입전이 펼쳐졌다. 홍현빈의 선택은 삼성이었다.
육성 선수 계약이었다. 스프링캠프도 1차는 퓨처스팀이었다. 하지만 2차 오키나와 캠프에 극적으로 합류했고, 연습경기에서 맹활약하며 박진만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캠프 외야수 부문 MVP. 12타수 6안타를 타율 5할을 찍었다. 등번호 121번의 유니폼을 입고 뛰었지만, 캠프 시작 즈음 정식 선수로 바로 전환이 됐다. 이는 육성 선수의 정식 선수 전환이 가능한 5월 1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쓰겠다는 구단과 코칭스태프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바뀐 등번호는 63번.
오키나와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홍현빈은 "지난해 확장 엔트리가 발표됐는데, 그 때 내 이름이 없었다. 그리고 2군도 아닌 잔류군에 편성됐다. 그 때 방출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홍현빈은 "다른 팀들의 연락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을 택해다. 삼성에서 저를 좋게 봐주셨다. 단장님, 운영팀장님께서 적극적으로 영입 의지를 표현해주셨고, 믿음도 주셨다"고 삼성 선택 과정을 설명했다.
홍현빈은 방출 후 어렵게 찾은 새 팀에서의 스프링캠프에 대해 "매년 하던 스프링캠프 훈련이다, 팀만 바뀐 거다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그리고 KT에서 계속 1.5군의 위치에만 있다 보니, 야구를 즐기는 마음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캠프에서는 부담 없이 즐겨보자는 생각을 했다. 야구도 재밌고 즐거웠다. 감독님, 코치님들도 '생각보다 잘 친다, 잘 한다'고 칭찬해주셨다"고 밝혔다.
홍현빈은 KT에서의 야구를 돌이키며 "기회를 못 받은 건 아니다. 내가 살리지 못했을 뿐이다. 그 때는 간절함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KT를 적으로 만나면 전투력이 불타오르지 않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 홍현빈은 "오키나와에서도 경기 했는데 KT 청백전을 뛰는 느낌이더라. 어색하기는 했다. 물론 복수심에 불타고 그런 건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홍현빈은 마지막으로 올시즌 목표에 대해 "육성 선수 계약을 했으니 정식 선수 되는 게 목표였다. 기록, 숫자 이런 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팀이 우승하는 데 밑거름이 되는 선수가 되고픈 마음밖에 없다"고 당당히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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