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우승컵을 원한다면, 토트넘을 떠나라!'
토트넘 홋스퍼에서는 우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토트넘을 떠나면(탈트넘) 우승컵을 들 수 있다. 이렇게 '탈트넘'을 통해 우승컵을 들어올린 선수가 무려 44명이나 된다.
한 자릿수나 10명 안팎 정도라면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 그러나 40명이 넘는 선수가 같은 상황을 겪었다면 이건 마치 공식이나 진리와 비슷한 무게감을 지닌다.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 둘씩 누적된 통계치가 '탈트넘=우승'을 증명하고 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19일(이하 한국시각) '토트넘을 떠난 44명의 선수가 전부 우승컵을 차지했고, 키에런 트리피어는 두 번이나 우승했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만이 여전히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름끼치는 '탈트넘=우승'의 진실을 소개했다.
트리피어의 카라바오컵(리그컵) 우승을 통해 다시 한번 증명된 사실이다. 현재 뉴캐슬 유나이티드 소속의 트리피어는 17일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리버풀을 2대1로 꺾는데 큰 힘을 보태며 우승의 주역이 됐다. 트리피어는 전반 추가시간에 댄 번의 선제 헤더골을 어시스트했다.
이로써 트리피어는 '탈트넘' 이후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과거 손흥민의 '토트넘 입단동기'이자 절친 사이였던 트리피어는 2019년 7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로 떠나며 일찍감치 '탈트넘'했다. 그리고 곧바로 2020~2021시즌에 라리가 우승을 경험했다. 이후 2022년 1월에 뉴캐슬로 이적해 EPL로 돌아와 커리어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더 선은 '트리피어의 우승으로 토트넘에 있던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가서 트로피를 차지하는 소름끼치는 현상이 또 벌어졌다'면서 '토트넘이 17년간 우승하지 못하는 동안 무려 44명의 선수가 팀을 떠나 스퍼시라는 조롱을 떨쳐냈다. 현재 이 저주는 케인한테만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토트넘은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을 달성한 뒤 17년 동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수많은 슈퍼스타급 선수들이 토트넘에서 우승을 위해 에너지를 쏟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조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등 세계적인 '우승청부사' 감독들 역시 우승하지 못하는 토트넘의 저주를 풀지 못했다.
신기한 건 이런 토트넘을 떠난 선수들을 다른 팀에서 모조리 우승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이 숫자가 무려 44명에 달한다. 루카 모드리치는 토트넘을 떠난 뒤 레알 마드리드에서 4번의 리그 우승과 6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총 10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카일 워커도 맨체스터 시티로 떠난 뒤 영광스러운 '트레블'을 포함해 6번의 EPL 우승 주역이 됐다. 트리피어와 루카스 모우라,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얀 베르통언, 크리스티안 에릭센, 탕귀 은돔벨레, 카를로스 비니시우스, 에릭 라멜라 등 손흥민과 함께 뛰었던 익숙한 이름들이 전부 '탈트넘 후 우승'을 경험했다.
이제 '탈트넘=우승' 공식을 채울 다음 인물은 케인이다. 케인만이 유일하게 토트넘을 떠난 뒤 우승하지 못한 인물이다. 2023년 여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으나 2023~2024시즌 뮌헨이 12시즌 연속 우승에 실패하는 바람에 우승경험을 하지 못했다. 챔피언스리그,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에서도 우승에 실패했다. 토트넘에서 붙은 '무관의 저주'가 가장 강하게 걸려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드디어 저주를 깰 듯 하다. 뮌헨은 현재 분데스리가 1위(승점 62)다. 최근 다소 주춤하며 레버쿠젠(승점 56)에 6점차로 추격당하는 중이지만, 우승 가능성이 크다. 케인마저 우승하면 '탈트넘 후 우승' 선수는 45명이 된다.
손흥민도 이 대열에 참여할 수 있다.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토트넘을 떠난다면 '무관의 저주'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많은 토트넘 선배들과 동료들이 증명했다. 굳이 토트넘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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