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유아기 기억상실'(Infantile Amnesia)로 명명한 증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왔다. 생후 3년 안에 겪은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 기억 인출 실패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다.
21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미국 예일대 니컬러스 터크-브라운 교수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영아들의 기억과제 수행 실험에서 생후 12개월부터 개별적 경험 기억을 저장하는 능력을 갖춘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아기 기억상실'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과학자들은 '일화 기억'(episodic memory)을 형성하고 오랫동안 기억을 저장하는 데 중요한 뇌 부위인 해마(hippocampus)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기억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최근 설치류 연구에서는 해마에서 기억 흔적(engram)이 형성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접근할 수 없게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어린이병원 폴 프랭클랜드(Paul Frankland) 연구진은 생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쥐 실험을 통해 '유아기의 경험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신경세포들(뉴런)에 저장되지만 끄집어내기가 힘들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예일대 연구팀은 생후 4~25개월 된 영아 26명을 대상으로 해마가 개별 기억을 저장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를 이용해 뇌를 스캔하면서 기억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 얼굴, 풍경, 사물 등 사진을 아기들에게 보여준 다음 나중에 다시 사진을 보여줄 때 뇌 스캔을 하는 동시에 시선 반응을 추적해 특정 사진에 대한 기억 여부를 조사했다. 터크-브라운 교수는 아기가 이전에 본 사진을 더 많이 쳐다본다면 그 사진을 기억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험 결과 아기들의 해마는 생후 12개월쯤부터 개별적인 경험의 기억을 부호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실험 결과가 영아기 기억이 비록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아기들의 뇌에는 이 시기에 이미 일화 기억을 형성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유아 기억상실은 기억 형성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억 공고화(memory consolidation) 또는 회상(retrieval) 과정의 미성숙함 등으로 인한 기억 인출 실패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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