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아버지와 아들이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소름 돋는 데뷔 첫 안타다.
LG 트윈스의 우타 거포 유망주 문정빈은 지난 23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서 1군 데뷔 첫 안타를 쳤다. 그게 홈런이었다. 8-2로 앞선 8회말 2사 3루서 홍창기 대신 대타로 나서 롯데 구승민으로부터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날렸다. 타구속도 174㎞에 비거리 130m의 대형 홈런.
개막전이던 22일 롯데전서 8회말 대타로 나온 첫 타석에선 삼진을 당했으나, 다음날 경기 두번째 타석에서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소름 돋는 기록이 있었다.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신고한 점이 아버지와 똑같았다. 데뷔 두번째 타석, 그리고 대타 홈런이었다는 것까지 마치 약속한 듯 같았다.
문정빈의 아버지는 바로 문승훈 심판위원(59)이다. 영흥고-계명대를 졸업하고 1989년 2차 3순위로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4년 동안 프로 선수로 활약했다. 4년간 통산 타율 2할1푼8리(156타수 34안타) 4홈런 19타점. 포지션은 1루수였다.
아들이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자 문 심판원은 "나도 첫 안타가 홈런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것도 두번째 타석이었다. 빙그레 김대중 선배 공을 쳤다"며 36년 전 자신의 데뷔 첫 안타에 대한 잊을 수 없던 생생한 기억을 소환해냈다.
문 심판원이 데뷔를 한 1989년에 1루수는 레전드 김성한이 지키고 있었고, 지명타자 자리엔 박철우가 있었다. 문 심판원이 들어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문 심판원의 데뷔 첫 타석은 5월 2일 광주에서 열린 MBC 청룡과의 경기. 대타로 들어섰지만 무안타였다. 두번째 타석은 한 달 뒤인 6월 2일 대전에서 열린 빙그레 이글스와의 원정경기. 3-11로 뒤진 9회초 대타로 들어선 문 심판원은 한화 투수 김대중으로부터 솔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첫 홈런으로 장타력을 과시한 문 심판원은 그해 총 5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100타수 28안타) 2홈런 15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후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1992년을 끝으로 은퇴한 뒤 심판원의 길로 제2의 야구 인생을 걸어왔다.
이제 아들이 36년 뒤 똑같이 데뷔 두번째 타석에서 대타 홈런으로 첫 안타를 신고하며 화려하게 프로 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문 심판원은 "(문)정빈이가 군대를 현역으로 갔는데 매일 스윙하고 캐치볼 훈련을 했다고 하더라. 군대 가기 전보다 스윙 등 많은 면들이 더 좋아진 것 같아 대견하다"며 응원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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