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상대팀이 (황)성빈이한테 신경쓰잖아. 그게 팀이 바라는 역할이다."
흐름을 바꾸는 힘이 있다. 팀의 에너지 레벨을 2~3단계 끌어올리는 능력도 지녔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28)에게 주어진 '재능'이다.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김태형 롯데 감독은 황성빈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 가득 웃음을 물었다.
"안타 4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 팀이 성빈이한테 신경 쓰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그 선수의 역할이고, 팀의 기대치다."
전날 1회 황성빈은 2사 1,2루에서 3루와 홈을 연달아 훔쳤다. 2021년 강백호 이후 프로야구 역사상 2번째로 공식 투구수 1개 사이에 2개 루를 훔친 선수로 기록됐다.
득점권 찬스인데다, 타석에는 5번타자 '캡틴' 전준우가 서 있었다. 무사 1,2루에서 연달아 범타로 2사가 된 상황. 황성빈의 도루가 실패했다면, 단숨에 흐름을 넘겨줄 위기였다.
그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 게 황성빈의 능력이다. 1군 데뷔 첫해 도루 10개-도루실패 12개를 기록했지만, 현실에 부딪치며 경험치를 쌓은 결과 지난해에는 도루 51개-실패 10개로 성공률 83.6%를 기록했다.
김태형 감독이 감탄해 마지않은 지점도 바로 여기다. 김태형 감독은 "시켜서 한 게 아니지 않나. 완전히 본인이 딱 잡아낸 타이밍"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최근 9번타자 장두성-1번타자 황성빈의 조합이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을 연신 괴롭히고 있다. 롯데 육상부 원톱을 다투는 두 선수의 조합이다. 워낙 발이 빠른 두 선수인데다, 장두성은 어깨까지 좋아 빈틈이 없게 느껴질 정도다.
김태형 감독은 플러스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상대 배터리를 향한 심리적인 압박이다.
"겁나는 타자들은 아니다. 하지만 나가면 골치아프다. 그러니 배터리가 급해진다. 벤치에선 '그냥 맞더라도 빨리 붙어'라는 지시가 나오니까. 그리고 나가면? 2루까지 가는 거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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