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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개만 던질게요" 전 경기 QS인데 딱 1승, 안데려왔으면 어쩔 뻔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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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전 경기 퀄리티스타트(선발 등판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중인데, 아직도 1승이라니. 그래도 이 투수 안데려왔으면 어쩔 뻔 했나.

삼성 라이온즈 아리엘 후라도는 올 시즌 등판한 6경기 전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개막전부터 한번도 빠짐 없이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의 투구를 펼쳐오고 있다. 그런데 아직 승리는 단 1승 뿐이다.

3월 22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정규 시즌 개막전에서 6이닝 2실점 선발승을 거둔 후, 5경기에서 3패만 기록 중이다. 심지어 후라도는 3월 28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8이닝 2실점을 하고도 패전을 떠안았고, 이후 7이닝 이상 투구도 두차례나 했는데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유독 후라도가 등판하면 득점 지원이 터지지 않는다.

후라도의 6차례 퀄리티스타트는 현재까지 올 시즌 최다다. LG 요니 치리노스가 5번으로 리그 2위고, 평균자책점 1위인 KIA 제임스 네일도 4번으로 후라도에는 못미친다. 전 경기 퀄리티스타트는 곧, 팀에서도 가장 믿을 수 있는 최고의 선발 투수라는 증거다.

후라도는 지난 20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2승에 5번째 도전했지만, 또 실패했다. 2회에 나승엽에게 솔로포, 유강남에게 투런포를 허용한 후라도는 실점 이후에도 6이닝까지 책임을 졌다. 6회까지 5피안타(2홈런) 5탈삼진 2볼넷 3실점으로 총 투구수 104구를 기록했다. 피홈런 2방 외에는 결점이 없었고, 삼성 타선이 6회말 3-3 동점을 만들며 후라도의 패전을 지우는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8회초 불펜이 다시 역전을 내주면서 최종 스코어 3대4로 졌고, 후라도의 2승은 또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박진만 감독은 "1선발답게 우리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우리가 최근 (승리)분위기가 안좋다보니까 외국인 선수가 앞에서 그렇게 움직여주는 것 같다. 후라도는 그런 분위기도 알고, 한국에서 4년째 뛰면서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투구수 100개에 육박한 상태에서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것은 전적으로 후라도의 의지였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주)화요일에도 100구가 넘었어서 그만 던지게 하려고 했는데, 본인이 '105구까지만 던지게 해달라'고 이야기 하더라. 그래서 오케이했는데, 딱 105구에 맞춰서 던지더라"고 웃으면서 "그렇게 의욕도 있고, 팀을 위해서 헌신하는 모습이 있는 선수다. 그런 모습에 1이닝 정도는 더 믿어도 되겠다 싶어서 맡겼다"고 설명했다.

2023~2024시즌 키움 히어로즈에서 2시즌간 뛰면서 에이스 역할을 했던 후라도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키움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키움은 후라도,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라는 리그 최정상급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포기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삼성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았던 후라도는 이적 이후 더 큰 책임감을 보여주고 있다. 야구 실력 뿐만 아니라 선수들과의 융화력,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성격과 에이스 투수로서의 책임감까지 완벽 그 자체다. 후라도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구=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