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남자프로농구 창원 LG와 서울 SK의 챔피언결정전에는 숨은 관전 포인트가 있다. LG가 왜 2연승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는지 가늠케 해줄 만한 관전 포인트, 이른바 '비수꽂기'다. 현재 LG에는 코칭스태프-식스맨-프런트에 걸쳐 눈빛이 달라지는 이가 수두룩하다. 조상현 감독(49)부터 그렇다. 조 감독은 선수 시절 한국농구연맹(KBL) 리그의 역대급 트레이드 역사에 두 차례 이름 올렸는데, 모두 SK와 연관있었다. 1999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광주 골드뱅크(현 수원 KT)에 입단한 그는 1999~2000시즌 초반이던 1999년 12월 24일 현주엽(당시 SK)과 전격 트레이드됐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빅딜'이라 불리는 충격적인 거래였다. 트레이드 당시 신인상 1순위로 떠올랐던 조 감독은 SK로 옮긴 뒤에도 맹활약을 이어가며 SK의 구단 사상 첫 챔피언 등극에 힘을 보태며 신인상 수상을 '떼논당상'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당시 우승팀에 MVP와 신인상을 몰아주지 않는 기류가 강해 소속 팀 선배 서장훈이 MVP를 받으면서 신인상을 받지 못했다.
팀의 주축 전력으로 자리잡은 조 감독은 2001~2002시즌에도 SK를 챔프전에 진출시켰다. 이후 조 감독은 2005년 11월 20일 '3대3 초대형 트레이드'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부산 KTF(현 수원 KT)로 떠났다.
조 감독의 '오른팔' 임재현 수석코치(48)도 SK가 친정팀이다. 2000년 SK에서 프로 데뷔한 그는 주전 가드로 자리잡으며 조 감독과 함께 2001~2002시즌 챔프전 진출을 맛봤다. 이후 SK는 쇠퇴기로 접어들었고, 2007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서장훈과 함께 전주 KCC(현 부산 KCC)로 이적, 이후 SK와는 인연이 없었다. 조 감독이 SK에서 전성기를 달릴 때, 고양 오리온(현 고양 소노)에서 현역 마지막을 보낼 때 함께했던 임 코치는 이제 '절친 선배'와 함께 친정팀에 비수를 겨누게 됐다.
조상현-임재현과 SK의 초대 챔피언 추억을 공유한 동지로, 센터 출신 박도경 경기운영팀장(50)도 빼놓을 수 없다. 1998년 SK에서 데뷔한 그는 1999~2000시즌 챔피언에 등극할 때 '숨은공신'이었다. 당시 SK에 서장훈, 재키 존스의 막강 자원이 있었기에 상대팀의 용병 전담 식스맨으로,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박 팀장은 챔프전에서 서장훈의 체력고갈을 메워주는 식스맨으로 나와 상대 용병을 철저하게 봉쇄하는 등 챔프언 등극에 소금같은 역할을 했다. 이런 활약 덕에 2000~2001시즌 도중 LG의 러브콜을 받고 트레이드 이적했는데, 때마침 그 시즌에 LG가 창단 첫 챔프전에 진출했다. 이로 인해 박 팀장은 KBL 역대 최초로 팀을 바꿔가며 연속 챔프전에 진출한 선수가 됐다.
LG의 현역 선수 중에서도 SK를 보면 이를 악무는 이가 있다. 식스맨 허일영(40)과 이경도(23)다. 지난 2021년부터 2024년 5월까지 SK에서 뛴 허일영은 FA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한 지 첫 시즌 만에 전 소속팀을 챔프전에서 만난 허일영은 지난 7일 2차전에서 결정적인 3점포 2개를 터뜨리는 등 제대로 비수를 꽂았다. 허일영은 "상대가 SK라는 게 동기부여가 안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괜히 (챔프전) 중간에 상대를 자극하면 안 되니까 다 끝나고 속마음을 이야기하겠다. 이기든 지든 기회가 되면 털어놓겠다"며 의미심장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경도는 2023~2024시즌 SK에서 데뷔했지만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한 시즌 만에 LG로 이적한 뒤 '알토란' 식스맨으로 자리잡았다. 4강전에 이어 챔프전에서도 주전 가드의 백업으로 SK를 괴롭히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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