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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나도 깜짝 놀랐어요."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투수 라이언 와이스(29)는 지난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의 원정경기에서 8회말 피칭을 마친 뒤 김경문 한화 감독에게 다가갔다.
이날 와이스는 선발로 등판해 8이닝 동안 1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최고의 피칭을 했다.
투구수가 93개 불과했고, 9회초 타선에서 3점을 더하면서 8-0으로 앞선 상황. 완봉승을 바라볼 수 있었다. 중계에 잡힌 와이스의 모습은 '더 던지고 싶다'는 듯 했다. 그러나 9회말 마운드에는 김종수가 올라왔고, 1이닝을 무실점으로 정리하면서 팀 승리를 지켰다.
완봉을 놓친 와이스는 아쉬움이 없었을까. 그러나 8회가 마친 뒤 교체 의사를 내비친 건 김 감독이 아닌 와이스였다.
김 감독은 "감독은 선수가 9회에도 던진다고 하면 못하게 할 수는 없다. 완봉승도 걸려있고, 투구수도 90개 초반이었다"라며 "그런데 본인이 끝나고 들어와서 끝내겠다고 하더라. 나도 깜짝 놀랐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이 '놀랐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선수들이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으면 완봉승에 도전하고 싶어 한다. '인센티브 항목' 등이 이는 외국인 선수의 경우 더욱 기록에 대한 욕심을 내비칠 수밖 없다. 그러나 와이스는 당장 한 경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시즌을 바라봤다.
김 감독은 "사실 감독 입장에서는 끊고 싶다. 앞으로 100경기 이상이 남아있다. 보통 투수들은 던진다고 한다. 그러면 완봉을 하기 위해서 힘을 주게 되고, 또 안타 하나 맞고 하다보면 10개, 15개, 20개, 어떨 때는 더 던지게 된다. 그때는 괜찮은데 두 세번 지나가다보면 데미지가 온다. 그래서 와이스가 내려간다고 결정을 해줬을 때 굉장히 고마웠다"라며 "돌이켜보면 투수들은 완봉승이 있거나 했을 때 던지고 나면 그 다음은 꼭 좋지 않았다. 앞으로 본인이 100경기 정도 남았다는 걸 생각하고 이야기해주니 얼마나 고맙나. 그래서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인사도 전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와이스가 와서 김 감독을 애처롭게 쳐다본 이유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뒤에서 폰세를 비롯해 선수들이 '개수가 그거밖에 안 되는데 왜 안 던지냐'고 놀린 거 같더라. 그래서 나에게 다시 왔다. '한 번 더 던지면 안 되나'라고 하더라. 그런데 이미 그만 던지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다시 던지는 것도 썩 좋지 않다"라며 "야구는 당장 1승하고 1패도 하고 그러지만, 레이스가 길다. 부상을 덜 당하고 완주하는 게 중요하다. 확 잘하고 다음에 아파서 못하는 것보다 완주하는 것이 팀 성적으로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와이스가 고맙다"고 했다.
와이스는 올시즌 9겨기에서 6승1패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하고 있다. 9차례 중 7차례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니 이상)이고, 최근 두 경기에서는 각각 7이닝과 8이닝을 던졌다.
김 감독은 "와이스가 1승을 하면서 연승을 하는데 도움을 줬지만, 8회까지 던지면서 불펜 투수를 쉬게 했다. 마무리투수나 (한)승혁이 쉬게 됐는데 이게 굉장히 크다"고 했다.
'백전노장'을 놀라게 했던 프로 의식. 와이스는 오는 17일 대전 SSG 랜더스전에 선발로 등판한다.대전=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