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어쩌겠어요. 내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위기에 빠진 대구 지휘봉을 잡은 김병수 감독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김 감독은 27일 대구iM뱅크PARK에서 열린 대구와 전북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6라운드를 앞두고 대구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2023년 수원 삼성을 떠난 뒤 연천 총감독을 지냈던 김 감독은 2년만에 프로 무대로 복귀했다. '병수볼 리턴즈'다.
김 감독은 "(오피셜 발표일 기준)3일 전에 계약이 이뤄졌다. 조광래 대표님과 미팅했고, 그 다음날 바로 연락을 주셨다. 미팅을 하면서 조 대표님이 굉장히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어떤 이는 부러워할 수 있지만, 덥석 감독을 맡겠다고 하기엔 어려운 길이다. 부담은 내가 끝까지 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구는 올 시즌 16경기에서 승점 11에 그치는 부진 속 최하위에 처져있다. 김 감독이 관중석에서 지켜본 전북전에서 0대4, 3연패를 당했다. 김 감독은 2년 전인 2023년 5월 수원의 소방수로 부임했는데, 공교롭게 당시 수원의 상황도 대구와 비슷했다. 김 감독은 당시 7월 무패 행진을 이끄는 등 반등의 기틀을 마련하고 '삭발 투혼'까지 감행했지만, 9월 돌연 경질됐다.
"내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김 감독은 "예전에 하는 축구(병수볼)는 버렸다. 시스템을 잘 만들어놓으면 괜찮지만, 프로 세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보니, 현 실정에 맞게 좀 더 심플하게 축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연천에 있으면 틈틈이 생각(공부)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유기적인 패턴 플레이와 공간 창출로 대표되는 '병수볼'을 고집하기보단 당장 대구를 살릴 수 있는 전술을 펼치겠다는 복안이다. 김 감독은 혁신적인 전술로 2019년 강원의 파이널A(6위) 돌풍을 이끈 바 있다.
올 시즌 잔류에 골인한다는 가정하에 동계 전지훈련 때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거란 여지는 남겨뒀다.
가장 시급한 건 분위기 전환이다. 지난달 박창현 전 감독이 부진 끝에 경질된 뒤 서동원 수석코치에게 대행을 맡긴 대구는 최근 내용과 결과를 모두 따내지 못하고 있다. 팀의 간판 황재원이 전북전에서 자책골을 넣는 등 매경기 크고 작은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 '멘털'이 흔들린다는 방증이다. 김 감독은 "흐름이 좋지 않은 팀의 공통점 아니겠나. 그런 걸 고치려면 시간이 걸린다. 가장 빠른 길은 역시 승리다. 부상자가 많은 걸로 파악되는데, 부상자부터 빨리 해결이 되어야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29일 선수단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감독 업무에 돌입한다. 한번 분석에 돌입하면 밤새 감독실에서 나오지 않기로 유명한 김 감독은 어쩌면 전북전 당일 밤부터 '대구 살리기' 모드에 돌입했을지도 모른다. 내달 1일 광주와의 17라운드 홈경기를 통해 데뷔전을 치를 예정인 김 감독은 "나의 유명세와 잘하는 축구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을 거다. 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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