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다리 보험이라도 들어야 하나.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6회말 윤도현이 동점타를 친 뒤 1루에서 이상 신호를 보냈다. 오른쪽 햄스트링을 만지작 거린 것. 경기를 지켜보던 KIA 관계자는 "정말 올해 이게 무슨 일인가"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안그래도 하루 전 김도영이 햄스트링 부상을 또 당해 실의에 빠진 KIA였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윤도현은 큰 부상은 아닌 걸로 보였지만, KIA 벤치는 놀란 가슴을 쓸어안고 바로 교체를 해줬다. 모처럼 만에 선발 출전해 추격의 홈런포, 동점타까지 터뜨리는 등 상승세를 탄 선수는 웬만해서는 빼지 않는다. 선수들의 부상에 얼마나 트라우마가 심한지 알 수 있는 대목.
만약, 프로야구 선수 다리 부상 보험이 있다면 KIA는 얼마를 들여서라도 가입하고 싶지 않을까.
KIA는 지난해 압도적인 성적으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절대 1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왕조 건설의 시작으로 엄청난 기대 속에 시즌에 들어갔다. 하지만 주포 김도영이 개막전 왼쪽 햄스트링을 타지며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다.
김도영도 충격이었는데, 개막 2연전 후 세 번째 경기에서 박찬호가 도루를 하다 무릎을 다쳤다. 십자인대 부상 등 큰 부상이 아니라 천만다행이었지만, 박찬호가 빠진 후 KIA의 공-수 밸런스가 흔들렸다.
여기에 베테랑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김선빈과 나성범이 나란히 종아리 부상으로 개점 휴업중이다. 김선빈은 시즌 초 종아리를 다친 뒤 복귀했다 통증이 재발했다.
다리는 아니지만 외국인 타자 위즈덤도 허리 부상으로 이탈. 여기에 2군에 내려간 최원준의 대체자로 맹활약을 펼치던 박정우까지 지난 주말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다. 공-수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줄 수 있는 이창진도 햄스트링이 좋지 않아 2군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김도영의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했다. 충격적인 일.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KIA 선수들의 다리 부상이 이어지고 있다. 마가 끼었나 할 정도다.
원인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추측이 가능한 건, 김선빈과 나성범처럼 베테랑 선수들의 경우 피로 회복이 더뎌진 나이가 됐고 지난해 통합 우승 과정 알게 모르게 쌓인 피로도가 누적된 게 올시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김도영, 박정우 등 젊은 선수들의 부상은 이유를 찾기도 힘들다. 특히 김도영의 경우 장타를 위해 근육을 키우다 내구성이 오히려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선천적으로 다리쪽 근육 자체가 약한 것인지 근본적 원인을 찾아야 앞으로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