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사실 포수도 던지면 안 되고, 3루 주자도 뛰면 안 되는 상황인데..."
그런데 포수도 던졌고, 주자도 뛰었다. 무슨 상황이었을까.
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NC의 5대4 신승. 하지만 NC는 이기고도 아쉬울 수 있었다. 1점차 살얼음 리드를 하고 있는 가운데 8회말 무사 1, 3루 빅찬스를 잡았다 놓쳤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랬다. 김주원의 볼넷에 최원준이 우전 안타로 무사 1, 3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타석에는 가장 잘 치는 3번 박민우. 여기에 주자 두 명 모두 빠르고 작전 수행을 잘하는 선수들. 점수 내기 너무 쉬운(?) 상황인데, 충격의 무득점이었다.
박민우가 못 친게 아니었다. NC가 KIA의 허를 찌르려 했다. 1루 주자 최원준이 뛰었다. KIA 포수 김태군이 2루로 공을 던졌다. 그걸 본 3루 주자 김주원이 홈으로 뛰는데 공이 2루가 아닌 유격수 박찬호에게 갔다. 박찬호가 공을 잡자마자 다시 홈으로 뿌려 3루 주자 아웃.
9일 비로 취소된 양팀 경기를 앞두고 만난 두 감독으로부터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작전을 건 NC 이호준 감독. 이 감독은 "사실 그 상황이면 포수도 2루 송구를 하면 안되고, 3루 주자도 뛰면 안 된다"고 정의를 내렸다. 포수가 2루에 던졌다,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올 수 있다. 3루 주자는 괜히 움직였다 잡히면 무사 1, 3루 찬스가 날아간다.
정말 치열한 양팀의 머리 싸움이었던 것이다. NC는 김태군이 공을 던지는 걸 보고 3루 주자를 출발시켰다. 김주원의 발이 빠르니, 김태군이 2루 송구를 하면 그 사이 홈에서 살 수 있다는 계산. KIA는 거기서 한 번 더 생각을 했다. 자신들이 공을 던지는 걸 보면, 3루 주자가 출발할 거라 생각하고 모험수를 건 것이다. 유격수 커트 사인이었다. 3루 주자가 만약 안 뛰면, 1루에서 출발한 최원준이 2루에서 살아 무사 2, 3루가 될 수 있지만 3루 주자가 뛸 거라는 판단에 '도박'을 한 건데 그게 대성공이었던 것이다. 이호준 감독은 "KIA가 우리가 이런 작전을 많이 쓰는 걸 알고 정말 대처를 잘 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KIA 이범호 감독은 "그런 상황들에 대해 연습하고, 사인이 다 있다. 우리도 한 점을 주면 끝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며 과감하게 커트 사인을 낼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사실 정석대로라면 2루쪽으로 포수가 공을 던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두 사람 다 빠른 주자이기에 뭔가 작전이 나올 수 있겠다 봤다. 상대에서 3루 베이스 코치가 먼저 사인을 내고, 우리가 그 다음에 움직인다. 그렇게 상대 사인을 예상하는 것도 다 기술이다. 이런 작전을 쓰는 팀도, 안 쓰는 팀도 있다. 그래서 상대 분석을 하고, 경기를 치르다보면 머리가 아프다"고 현장의 치열함을 소개했다.
이렇게, 플레이 하나 하나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고 어떤 지략 싸움이 벌어지는지 알고 보면 야구는 더 재밌다.
창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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