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도 결국 사람인가. 벼랑끝 7차전에 선발 등판해 평소보다 못한 구위를 보여줬다.
LA 다저스 오타니는 2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 선발투수 겸 1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말 그대로 끝장 승부였다. 다저스는 5차전 패배로 이미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호투와 불펜 총력전을 앞세워 6차전을 어렵게 잡았다.
그리고 7차전에 오타니가 나섰다. 당초 7차전 선발 투수로는 타일러 글래스노우가 나올 예정이었다. 4차전 선발 투수였던 오타니가 3일 쉬고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다저스는 6차전 막판 마무리 사사키 로키가 흔들리자, 결국 7차전 선발인 글래스노우를 구원 투수로 등판시켰다. 어렵게 6차전은 3대1 스코어로 잡았지만, 7차전 선발 투수로 3일 쉰 오타니가 등판할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오타니룰'로 불리는 메이저리그의 경기 규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다저스도 마지막 7차전에서 사활을 걸어 우승을 해야하는데, 투타겸업 선수에 대한 특별 규정에 따르면 오타니가 불펜 투수로 등판할 경우에는 등판을 마친 후 타자로 다시 타석에 설 수 없다. 오직 선발 투수로 등판할 때만, 교체가 되더라도 타석을 유지할 수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재활을 마치고 등판하는 오타니를 '오프너'로 쓰면서 1이닝, 2이닝, 3이닝만 투구하고 내려오게 만든 이유도 바로 이런 규정 때문이었다. 포스트시즌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일단 투수 오타니를 기용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선발로 내야 하고, 두번째 투수로 또다른 선발을 대기시키는 게 베스트. 이날 오타니가 경기 초반 투구할때, 이미 6차전 구원 등판을 했던 글래스노우가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등판했지만, 오타니도 결국 사람이었다. 이미 포스트시즌 누적 등판, 출장으로 인해 피로가 많이 쌓인 상태. 월드시리즈도 7차전까지간데다 18회 연장 혈투도 한차례 치렀다. 여기에 3일 휴식 후 등판이 결코 좋은 컨디션일 수 없었다.
1회말 1번타자 조지 스프링어를 상대로 3연속 변화구를 던지며 초반부터 구위가 평소에 비해 눈에 띄게 저하된 상태인 오타니는 매 이닝 위기를 맞았다.
1회 스프링어에게 좌중간 안타를 허용한 후, 2사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삼진 처리하며 첫 위기는 넘겼다. 그러나 2회에도 선두타자 보 비셋에게 안타, 애디슨 바저에게 안타로 무사 1,2루. 이후 어렵게 2아웃을 잡은 오타니는 어니 클레멘트에게 다시 단타를 허용해 만루에 몰렸다가 삼진으로 실점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세번째 위기는 넘지 못했다. 3회 선두타자 스프링어에게 좌전안타. 이후 희생번트로 1사 2루에서 폭투가 나와 주자를 3루까지 내보냈고, 게레로 주니어는 고의 4구로 걸렀다. 비셋과의 승부를 선택한 오타니지만, 초구 밋밋한 88.7마일(약 142.7km)짜리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가운데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다저스는 3회말 0-3으로 리드를 빼앗겼다.
4차전 등판 이후 투구를 더 이어가지 못해 아쉬워했던 오타니는, 비셋에게 홈런을 맞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다저스 벤치는 투수를 교체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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