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고현정도 류승룡도 첨단 기술을 통해 20년 넘는 세월을 가뿐히 거스른다.
최근 드라마 현장에 '디에이징(De-Aging)'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주연 배우들이 손쉽게 젊은 시절로 돌아가 극의 몰입감을 한층 극대화하고 있다.
디에이징 기술이란 인공지능과 시각효과를 활용, 배우의 얼굴이나 외모를 젊은 시절로 자연스럽게 되돌리는 첨단 영상 기술이다. 과거에는 복잡한 CG 작업이나 아역 배우 대역 등이 필요했으나 이제는 디에이징으로 수십 년의 세월을 단박에 거슬러 표현할 수 있게 됐다.
JTBC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김낙수 부장을 연기중인 류승룡은 최근 회차에서 디에이징 기술로 김낙수의 20년 전 젊은 시절을 가뿐히 소화했다.
연출을 맡은 조현탁 감독은 디에이징 기술 활용 이유에 대해 "주인공 김낙수 부장의 과거는 작품 전체에서 상징적인 순간들을 담고 있다.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난 소개팅 자리, 회사 입사 면접, 신입사원 시절 백상무와 영업을 다니던 장면 등은 지금의 김낙수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최대한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단순한 CG나 3D 등 작업이 아닌 인물의 그 시절을 다시 찾아주는 의미로 디에이징을 적극 고려했다"고 전했다. 이어 "분장과 의상팀이 여러 차례 준비 과정을 거쳤고 프레임 단위로 인물의 변화를 체크하며 디에이징 작업에 돌입했다. 인물들의 과거 한순간이 흥미롭게 잘 재현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조 감독은 "이번 경험을 통해 작품에서 필요한 설정이 생긴다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디에이징을 활용할 생각"이라며 "디에이징 기술은 작품을 훨씬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좋은 예"라고 평했다.
지난 9월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사마귀'에서 연쇄살인마 '정이신' 역을 맡아 열연한 고현정도 디에이징을 활용, 23년 전 젊은 시절의 모습까지 직접 연기했다.
연출을 맡은 변영주 감독은 당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고현정이 아니면 정이신 캐릭터를 생각할 수 없었다. 과거 장면 역시 고현정 배우가 직접 (연기)하되, 디에이징 기술이 원하는 수준으로 맞춰지는 게 중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변 감독은 연말 시상식 티저가 공개된 후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해 결과물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디에이징 기술의 도움으로 고현정은 캐릭터의 연속성을 살리며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현장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이목구비가 명확하다면, 많게는 50년까지의 연령 차이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향후 디에이징 기술이 드라마는 물론 영화,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의 완성도와 감정선을 끌어올리는데 주효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