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가 신고인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가명 조사 제도를 전면 도입했다고 밝혔다.
스포츠윤리센터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4에 따라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 비리를 알게 된 경우 누구든 신고할 수 있으며 익명의 신고도 접수해 조사하고 있다'면서 "신고인 또는 피해자의 2차 피해 가능성을 줄이고 신원 노출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해자 가명 조사 체계'를 새롭게 도입하여 조사 신뢰성을 대폭 끌어올렸다"고 했다.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열린 제49차 국무회의, 이재명 대통령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업무 현안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체육계 폭력 문제와 익명신고 제도와 조사 시스템의 개선을 언급한 직후 문체부와 스포츠윤리센터가 신속한 피드백을 내놨다.
이날 이 대통령은 "체육계 폭력 문제는 언제나 문제다. 지금도 여전하다고 한다. 은폐돼서…, 이것에 대책도 추가로 세워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대해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대한체육회와 분리돼 스포츠윤리센터가 언제든 신고하고 감시할 체계는 마련됐다. 70~80명 정도가 움직이고 있는데 예산을 좀더 지원해 좀더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체육계 폭력뿐 아니라 중소기업 기술 탈취, 원가 후려치기 등에서도 약자들은 혹시 신고하고 문제 삼았다가 자신이 피해를 입을까봐 말을 못한다. 이부분은 다른 부처도 다 해당된다. 공정거래위 신고도 그렇다고 한다. 누가 신고했는지 실질적으로 다 알게 되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신고를 못한다"면서 "제도적으로 익명화할 수 있는 조사방법이 필요하다. 누군가 신고를 하면, 그것만 조사하면 딱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제보는 다 익명으로 처리하고 일반적인 조사, 포괄적으로 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사회 약자 그룹들은 언제나 드러날까봐 두려워서 말을 못한다 체육도 비슷하다 .익명을 철저히 보장하고 어느 지역, 어느 단체가 문제가 있다면 그 지역, 단체를 포함해 동시에 몇 군데를 한꺼번에 조사해 드러나지 않게 하는 방식을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스포츠의 경우 특히 학교에서 매우 폐쇄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피해자가 겁을 먹어 신고도 잘 못하고 있다. 대통령님 말씀처럼 조사하는 방법에서도 기술적인 방법을 찾아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교육부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생선수는 일정한 성적이 나지 않으면 장래가 없다. 그래서 지도자의 폭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퇴출 후 지역의 다른 단체로 가서 활동하는 경우다. 같은 종목 안에서 서로 네트워크가 잘돼 있어 서로 밀어주는 게 있다"면서 "스포츠계 전체에서 작은 학교 지도자조차도 갈 수 없게 근본적인 퇴출이 고민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이 "현재 그렇게 퇴출되고 있다. 지도자 자격 자체가 박탈돼 다시는 활동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그래서 저번 그 양궁선수는 어떻게 됐어요?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라고 지난 8월 정치적 성향을 담은 글을 SNS에 지속적으로 올려 논란이 된 양궁 국가대표 이슈를 직접 챙겼다. "이의 신청도 있고 해서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에 이 대통령은 "뭐든지 너무 지연되지 않게 신속하게 시간을 질질 끌지 않게 진행했으면 좋겠다"며 신속한 실행을 주문했다.
사실 최근 체육 현장에서 '약자들의 신고'는 증가 일로다. 빙상계 성폭력 사건 후 신설된 스포츠윤리센터가 예산, 법안 개정 등을 통해 실효성을 확보해가면서 사건이 발생하면 일단 '스포츠윤리센터'로 우선 신고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현장에 어느 정도 자리잡은 모습이다.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신고를 제한된 조사관 인력에 수사권도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조사하고, 처리하고, 감당하는 것이 당면한 숙제다. 인력과 예산을 매년 늘리고, 조사관들이 밤낮없이 열일하고 있지만 쏟아지는 신고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 역부족인 현실이다.
스포츠윤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스포츠윤리센터에 접수된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 비리 사건은 총 1231건으로 작년 동 기간(648건) 대비 90% 증가했다. 특히 폭력, 성폭력 등 인권침해 사건은 기존 290건에서 71%가 증가한 497건이 접수돼 센터 출범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사건 처리 건수도 기존 604건에서 71%가 상승한 1033건, 사건 처리를 위한 평균 소요일수도 기존 152일에서 25일 단축된 127일이다.
박지영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은"신고 접수와 처리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체육계 구성원들이 센터를 신뢰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특히 학생선수들의 폭력 및 성폭력 등 인권침해를 용기 내어 신고한 뒤, 신고자를 추적하거나 따돌리는 형태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체육계 전반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스포츠윤리센터는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국민이 모두 안전하게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제도적 장치를 계속 보완하고 지속해서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