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의지를 가진 장애인이 운동을 시도하려고 할 때 막지 않는 것이 '나답게 MOVE'의 첫 걸음이다."
'나답게 MOVE' 홍보대사이자, 작가, 유튜버로 맹활약중인 '굴러라 구르님' 김지우씨(23)는 생활체육 시작의 과정에서 장벽을 줄이는 것을 강조했다. '나답게 MOVE'는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진행중인 캠페인이다. 장애 유형, 장애 정도 등 다양성을 반영해 각자 '나다운' 방식으로 생활체육에 참여하자는 뜻을 담았다.
'굴러라구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김씨는 '휠꾸(휠체어 꾸미기)' 프로젝트와 함께 유튜브를 통해 휠체어 장애인의 일상을 진솔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소개하면서 '당차고 발칙한' MZ세대 인플루언서로 이름을 알렸다. 2020년 서울대 사회학과 진학 후엔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 '오늘도 구르는 중'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 등의 책을 쓰고, 토크콘서트 '걸즈 온 휠즈'에 참여해 2030 장애여성들의 목소리를 내는 한편, 다양한 일상의 스포츠에도 도전하고 몸소 실천해왔다. 필라테스, 헬스 등 용기를 낸 도전은 '나다운 움직임'으로 한계를 넘어서는 계기가 됐다. "늘 운동을 해보고 싶긴 했지만, 장벽이 높다는 생각에 계속 주저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직접 수업을 진행해주고 싶다는 필라테스 선생님을 만난 것이 시작이 됐다. 용기를 내서 도전해보고서야 비로소 '나도 할 수 있구나' 깨닫게 됐다. 새로운 자세를 배우고, 한계를 넓혀가는 즐거움을 그때 알게 됐다."
▶"삶의 주도권을 갖는 느낌" 원하면 누구나 '나답게 무브'
장애인 생활체육은 재활이나, 훈련에 국한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즐기는 신체활동의 영역이다. '굴러라구르님'은 '나답게 무브'를 통해 누구나 생활체육으로 운동의 효과를 모두가 느끼며 삶의 주도권을 찾아가길 바랐다. "운동을 하는 이유는 '장애를 낫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장애를 가지고' 더 잘 사는 법을 알기 위해서다. 문 열기, 높은 선반에 물건 올리기, 침대에서 일어나기 등 필라테스를 통해 근육을 잘 쓰는 방법을 알고 더 능숙하게 하게 된 일상 동작들이 있다. 이런 변화를 통해 내 삶의 주도권을 갖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도전의 영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운동은 수영이다. 다양한 세계로 나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다. 나중에는 스킨 스쿠버 등을 배워 깊은 바다에도 가보고 싶다"고 했다.
교환학생, 여행을 통해 다른 나라의 스포츠 문화, 환경을 체험한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바꾼 인상적인 경험도 공유했다. "호주에서 여름 대학 캠프를 했을 때 서핑의 날이 있었다. 필수 참여가 아닌 행사였음에도 강사들은 당연히 나를 참여 학생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해변에 가서 서핑하는 학생들을 구경이라도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해변에 도착하니 '바다 휠체어'가 준비돼 있었다. 장애인을 고려한 서핑보드로 함께 서핑 수업에 참여했다. '장애인을 가르쳐 본 적이 있냐'고 묻는 나에게, 강사는 '나는 장애인 스포츠 사업을 하고, 8년 이상 장애인을 가르쳤다'고 답했다. 그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릴 적 늘 '넌 위험해서 안 된다'라며 보호하는 듯하지만 배제하는 말을 들은 경험이 많았던 나에게 '네가 원하면,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깨우치게 한 계기"라고 회상했다.
▶"일단 시도해 보는 것"...'나답게 무브'의 첫걸음은 막지 않고 응원하는 것
10월 25일 서울대체육관에서 열린 '모두의 운동회' 서울림운동회를 함께한 '굴러라구르님'은 '나답게 MOVE'하는 중·고등학생들의 스포츠 현장을 직접 지켜봤다. 장애, 비장애 학생들이 '나답게 MOVE' 부스에서 자신만의 포즈로 사진을 찍고, 스포츠를 통해 하나 되는 모습,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구분 없이 어우러져 스포츠를 경험하는 모습에 그녀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을 좋아하지 않았다. 혼자 도서관에 가 있거나 운동장 한구석에서 아이들을 지켜봐야 했다. 스스로도 내가 참여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비장애 친구들도 '장애를 가진 사람의 참여는 제한될 수 있다'는 걸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배웠을 거라 생각하면 아쉽고 공포스럽다. 어릴 때부터 누구나 함께 체육을 한다면, 장애학생이 배제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배우게 되지 않을까. 체육시간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게 모두 함께하는 중요성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본인이 정의하는 '나답게 MOVE'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일단 시도해 보는 것, 그게 나다"라고 답했다. 장애인 생활체육이 재활 혹은 선수라는 이분법적 경계에서 벗어나 더 활성화 되기 위해서 중요한 부분도 언급했다. "의지를 가진 장애인이 운동을 시도하려고 할 때 막지 않는 것이 첫걸음이다. 여전히 등록 과정에서 불평등을 겪거나 등록 시도 자체를 하지 못하는 동료들의 소식을 종종 듣는다. 이러한 차별 사례에 대한 진정이 이뤄져 부당한 일임을 알리고, 체육 지도자들도 무작정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다양한 사람과 운동하는 법, 운동을 가르치는 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 나답게 움직여보지 못한 이들을 향한 응원의 말도 전했다. "숨이 차도록 움직여봤을 때가 언제였는지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항상 휠체어를 타다 보니까 나도 그런 경험이 많이 없었다. 그 경험을 하는 것이 무척 좋았다. 숨이 차도록 뭔가를 해본 경험이 많이 없다면, 그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그걸 경험하게 되면 하지 말라고 해도 더 해보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