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서울 아파트 값이 많이 비싸기는 한데...
FA 유격수 박찬호의 몸값이 총액 100억원에 달할 거라는 전망이 나왔을 때, 야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공-수 양면 모두 준수한 실력을 가진 선수는 맞지만, '똑딱이' 타자 몸값이 4년 기준 100억원까지 오르는 게 가당키냐 하는 것이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역대 100억원이라는 상징적 액수는 혼자의 힘으로 게임을 바꿀 수 있는 장타자들이나 선발투수들의 전유물이었다.
결론은 항간에 떠돈 소문보다는 80억원이었다. 박찬호는 18일 두산 베어스와 4년 총액 80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일찌감치 두산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건 알려졌는데, 시간이 걸렸다. 구단 수뇌부가 일본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평가전 참관을 위해 자리를 비워 늦어진 점도 있었지만, 그 전에도 시간을 지체됐다.
이유가 있었다. 80억원 큰 틀은 맞춰져 있었다. 문제는 세부 조건 조율이었다.
선수들은 당연히 많이 받고 싶어한다. 구단은 최대한 덜 주고 싶어한다. 그런데 최대어라 불릴만한 능력 있는 선수들은 많이 받는 것에 대해, 편하게 돈을 벌고싶어 한다. 보장액을 늘리는 것이다. FA가 되기전까지 최소 7년, 10년 넘게 느낀 긴장감에서 해방되고 싶은 욕구다. 그 긴장감이 사라지면 경기력이 떨어지는 사례가 많아 구단들은 꺼리지만, 그러면 선수가 다른 구단으로 가버린다고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보장금액을 올려준다. 일례로 올시즌을 앞두고 LG 트윈스와 52억원 전액 보장 계약을 한 장현식 사례를 보면 감을 잡을 수 있다.
박찬호는 80억원 중 옵션 2억원이 있는데 이는 거의 무의미한 것이라고 보면 될 듯. '전액 보장'이라는 말이 나오면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부담이 될까 형식적으로 넣어놓은 장치로 보면 된다.
그런데 보장도 보장인데, 정말 충격적인 건 계약금 규모다. 여기서 박찬호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계약금은 FA 계약에서 '갑'이 누릴 수 있는 최고 상징이다. 한꺼번에 일시불로 받는 돈이다. 연봉이 높으면 매달 그 돈을 나눠 받기에 잘 모이지 않는다. 반대로 계약금을 한 꺼번에 받으면 그 목돈으로 뭐라도 할 수 있다. 아파트를 살 수도 있고, 어디든 투자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선수들은 계약금 비중이 높아지는 걸 선호한다. 물론 구단도 이를 다 들어주지는 못한다. 쓸 수 있는 예산이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80억원 중 계약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 세금을 뗀다 하더라도 강남, 잠실 인근 근사한 아파트는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다. 가족이 있으니, 박찬호에게 중요한 요소였을 듯. 실제 박찬호의 협상이 길어진 건 이 계약금 비중 때문이었다고 한다. 경쟁을 벌인 KT도 최대한의 계약금을 제시했지만, 50%가 훌쩍 넘는 두산의 파격 대우를 이길 수 없었다. KT 제시액이 두산과의 협상에 날개를 달아줬을 수도 있다. '저기서 저만큼 준다는데' 식의 협상으로 말이다.
이번 박찬호 계약을 지켜본 한 구단 관계자는 "정말 놀랐다. 총액도 총액이지만, 웬만한 구단에서는 저렇게 많은 계약금을 준비하기 힘들다. 그룹도, 구단도 정해진 예산이 있고 큰 돈을 마련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산의 정성이라고 해야할까, 앞으로 대어급 선수들을 영입하려면 각 구단들이 목숨 걸고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신호탄이라고 해야할까. 100억원 계약보다 충격적이고 놀라운 50억언 계약금의 실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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