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임기영(32)은 자동볼판정시스템(ABS) 피해자로 꼽히는 대표적인 투수. 제도 도입 후 급전직하 했다.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2023년 64경기에서 전천후로 활약하며 4승4패 3세이브, 16홀드, 2.9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특급 사이드암 투수. 팀 통합 우승에 기여하며 행복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ABS 도입 후 급격하게 내리막을 탔다. 낙차 큰 주무기 체인지업이 S존 앞뒤를 동시에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타자들의 인내심이 늘었고, 예상가능한 직구가 맞아나가기 시작했다.
임기영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소위 '옆구리 투수'라고 불리는 언더핸드스로와 사이드암스로 투수들 대부분 ABS 도입 이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37경기 6승2패 2홀드, 6.31로 부진하더니, 올시즌에는 급기야 10경기 출전(1승1패 13.00)에 그치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희미해진 존재감 속 2차 드래프트 시장에 나왔고, 고향팀 삼성이 3라운드 14순위로 지명했다. 그 뒤로 SSG 랜더스가 지명한 KT 위즈 육성선수 문상준 딱 하나였으니 거의 막차 승선이었다.
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임기영은 대구 19경기에서 3승5패 1홀드 1세이브, 4.4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피홈런 9개로 원정구장 중 가장 많은 홈런을 대구에서 허용했다. 부진했던 최근 2년 간은 대구 5경기에서 5.7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피홈런은 2개.
다만 전성기였던 2023년 버전은 달랐다. 대구 7경기에서 8⅔이닝을 던지며 1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08로 안정된 모습. 피홈런은 2개였다.
ABS 시대의 소외자로 판명된 선수. 그럼에도 삼성은 왜 임기영을 지명했을까.
간단하다. 부진의 이유에 대한 시각이 달랐다.
삼성 측은 "KIA가 우승할 때 가장 역할을 했던 투수 중 하나고, 그 당시 무리했던 게 지금 버거워진 이유라는 분석을 했다"고 설명했다.
ABS 도입으로 인한 변화보다 2년 전 많이 던진 후유증이 최근 2년 부진의 더 큰 원인이라는 분석. 2023년 82이닝을 던졌던 임기영은 지난해 45⅔이닝으로 절반이 줄었고, 올시즌은 단 9이닝 던졌다. 삼성 분석이 맞다면 어깨가 충분히 회복됐을 시점이 바로 내년 시즌이다. 2023년 버전의 임기영으로 돌아간다면 삼성이 가장 희망적으로 바라는 모습인 5선발 후보가 될 수 있다. 설령 선발 경쟁에서 밀리더라도 불펜에서 길게 던질 수 있는 팀에 꼭 필요한 투수가 될 수 있다. 삼성 불펜에는 경쟁력 있는 옆구리 투수가 거의 없다.
ABS보다 우승 후유증에 방점을 둔 삼성의 분석이 맞을까.
2023년 버전의 임기영으로 돌아간다면 라팍이란 환경은 썩 중요하지 않다. 삼성 투수코치진, 트레이너들과 함께 잃어버린 직구 스피드를 찾으면 주무기 체인지업 위력이 배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타자친화적인 라이온즈파크 팩터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