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30년, 살아 숨 쉬는 심장 : 헌신의 유산, 미래를 향한 비전'
지난 12~14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 심장혈관 중재 및 수술 심포지엄(APCIS)' 그리고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쓰리데이 세미나(3-Day Seminar on Congenital Heart Disease)'에 대한 행사 주관기관 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 서정욱 이사장의 한마디 정의다.
서 이사장은 "APCIS의 모태가 되는 3-Day Seminar가 30주년을 맞았다"며 "올해 행사는 최신 지견을 논의하는 것은 물론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소아심장학 분야의 임상적 기초를 지켜온 전문가들의 숭고한 헌신을 기리고, 다가올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이중적 목표를 함축적으로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서 이사장은 이번 3-Day Seminar 30주년을 맞아 지난 세월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을 참가자들에게 공개했다.
사진에는 과거 1980~90년대 열악했던 의료현실 속에서 정부 지원 없이 3-Day Seminar를 이어가는 장면부터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후배 의료인을 위해 페이스 쉴드까지 쓰며 교육에 매진하는 장면까지 후학 양성을 위해 멈추지 않는 선배 의료인의 열정이 가득 담겨 있다.
서 이사장은 "APCIS와 3-Day Seminar는 그야말로 희생과 봉사의 상징"이라며 "현재 해외 참가자가 50% 비중을 차지하는데,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 의료인이 모두 어우러져 선천성 심장병 치료법을 배우고 있다. 명실상부 국제적인 소아심장학 심포지엄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소아심장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프랭크 잉(Frank Ing, UC Davis Health·USA) 박사도 행사장에 직접 참석해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특이한 학술행사로, 실제 심장으로 다양한 심장병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과 밤 10시 넘어서까지 이어지는 활발한 토론 분위기가 매우 인상적"이라며 "무엇보다 소아 심장병을 치료하는 의사들의 헌신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라고 3-Day Seminar의 지난 30년간 업적을 기렸다.
◇'2025 APCIS', 19개국 750여 명 참여 성황
'2025 APCIS'가 전 세계 19개국 7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5일 세종병원에 따르면 APCIS(대회장 정성운·공동대회장 오병희)는 전 세계 심장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포괄적인 심장혈관질환 진단 및 치료법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회장 정성운)가 주최, 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이사장 서정욱)이 주관하며 대한심장학회 심장병리연구회, 대한소아심장학회,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등이 후원한다.
올해 APCIS는 '심장 질환의 필수 의료 서비스'를 주제로 했다.
참여자들은 2박 3일간 심부전, 부정맥, 심장신장증후군 및 심장간증후군, 좌심실보조장치(LVAD) 등 심장을 위한 기계적 지원, 심장이식, 선천성 심장병(CHD) 및 성인 선천성 심장병(ACHD), 폰탄 등 수술 사례, 소아 심장병 환자에 대한 심초음파 및 자기공명영상(MRI) 임상 적용, 대동맥판막·승모판막·삼첨판막의 치료, 관상동맥 및 말초혈관 중재술, 심장재활, 심장간호, 임공심폐기, 나라별 특이 임상 사례 논의 등에 대해 최신 지견을 공유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소아심장 수술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실바(Jose Pedro Da Silva) 교수도 현장에 직접 참석, 3D 모델을 이용해 심장 수술하는 방법을 시연하고 참가자들이 직접 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눈길을 끌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윌리엄 미란다(William R. Miranda) 박사 등도 실시간 온라인 영상 연결로 참여해 선천성 심장병 치료법인 폰탄 수술의 침습적 카테터 삽입술을 평가하는 등 최신 지견을 공유했다.
APCIS에는 올해도 변함없이 실물 심장이 등장했다. 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 서정욱 이사장은 심장 표본 관찰을 위해 부검 및 심장이식 과정에서 나온 실물 심장 200개 가량을 준비했다. 실물 심장 관찰은 타 학술대회와의 대표적인 차별화 점이다.
서 이사장은 주제 발표를 하면서 심장병을 앓았던 실물 심장을 준비해 단단해진 촉감 설명은 물론, 섬유질이 심장 내부에 쌓인 모습, 심장이 비대해진 모습, 심근 곳곳에 흰 반점(경화된 흔적) 등을 시각적으로 확인시키며 발표의 이해를 도왔다.
◇3-Day Seminar '30주년', 실제 부검 심장 보며 교육
특히 APCIS의 모태가 된 '쓰리데이 세미나(3-Day Seminar on Congenital Heart Disease)'도 행사 기간 변함없이 펼쳐졌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3-Day Seminar는 선천성 심장병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그야말로 소아심장 환자만을 위해 살아온 의료인들의 순수한 열정과 화합의 장이자,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실제 부검 심장을 보며 교육하는 국내 유일무이한 교육 현장이다.
3-Day Seminar 30주년 업적은 바로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 부천세종병원의 꾸준한 지원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세종병원 설립자인 우촌 박영관 박사가 해외에서 개최되던 선천성 심장병 경쟁 토론을 1995년 한국으로 유치,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난 30년간 참여한 의료인은 전 세계 2천48명에 달한다.
선천성 심장병 치료에는 심장내과, 소아청소년과, 심장혈관흉부외과의 소아 심장 전문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들을 꾸준히 교육 해야 하는데, 교육에는 부검 심장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우촌 박영관 박사는 지난 1982년 세종병원을 설립한 이후 '부검'을 통해 심장병의 진단, 수술, 수술 후 처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연구하기 시작하는 데 매진했다.
연구를 위해 사망한 심장병 환자의 심장을 얻으려면 그야말로 뺨 맞을 각오를 해야 했다. 세종병원 의료진은 연구를 위해 환자의 보호자들을 진심으로 설득했고, 처음에는 부검을 완강히 거부하던 보호자들도 "심장병을 연구해서 사망하는 환자를 줄이겠다"고 설득하는 열혈의사들의 의지에 마음이 움직여 동의를 해줬다.
그렇게 어렵사리 모은 부검 심장으로 진단, 수술 등 전 과정을 재현해 봄으로써 사인을 밝히고 이를 상세하게 정리했는데, 이것이 바로 3-Day Seminar의 근본이 됐다.
서 이사장은 "부검을 통한 실패 사례 분석과 임상·병리 토론회를 통한 지식의 구축은 의료진의 교육과 학술 연구, 진료 기술 성장으로 이어졌고 세종병원의 선천성 심장병 치료성적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같이 축적된 지식을 나누고자 시작한 국제 학술 프로그램이 바로 1995년에 시작한 3-Day Seminar"라고 설명했다.
3-Day Seminar는 전 세계에서 선천성 심장병을 전공하는 젊은 교수와 전임의, 전공의가 참여해 팀을 나눠 실제 환자 치료 영상과 수술 등 치료 사례를 재검토하며 사흘간 늦은 밤까지 선천성 심장병에 대해 경쟁 토론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선배와 후배 간 멘토·멘티 관계가 강력하게 작동한다.
부검, 심장이식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획득한 실물 심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임상 진료 의사의 학술 연구와 토론, 교육에 이용하는 게 여타 학술대회와 3-Day Seminar의 핵심 차별화 점이다.
올해 경쟁 토론에는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인도, 폴란드, 태국, 몽골,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등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150여명의 심장 전문의가 참여했다.
◇APCIS, 전공의·간호사·미래세대 의료인 등도 교육
APCIS는 간호 역량 강화에도 초점을 맞췄다. 매년 부천세종병원과 인천세종병원 소속 간호사들이 직접 참여해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 있다.
올해는 응급 대응, 모니터링 및 중재 등 고급 심혈관 간호를 주제로 했다. 세부적으로 급성 대동맥 박리 및 간호 역할에 대한 응급 대응 시스템 개발, 심장삽입 전자기기(CIED) 실험 간호사의 변화하는 역할과 미래 전망, 신속대응팀이 운영하는 연속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한 심장 부정맥 조기 개입 사례 연구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APCIS는 또 이틀간 선천성 심장병을 주제로 한 특별 강의와 부검 심장을 관찰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미래세대 의료인인 가천대·가톨릭상지대·강원대·경복대·경인여대·재능대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재학생을 비롯한 200여명이 교육에 참여, 선배 의료인과 허심탄회하게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등 성황을 이뤘다.
이밖에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특별 교육을 시행하는가 하면, 심장 수술에 있어 필수적인 체외순환에 대한 최신 지견도 공유했다.
APCIS는 글로벌 의료기기 및 제약회사들의 각축장이기도 하다.
올해는 메디컬에이아이, 셀트리온제약, 유한양행, 보령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삼진제약, 안국약품, 한국세르비에, 한국오츠카제약, 한국다이이찌산쿄, 유파인메드, 한국비엠에스, 동화약품, 아스트라제네카, 한국유니팜, 한독약품, JW중외제약, JW생명과학, 한림제약, 한국다케다, 동아에스티, 에이치케이이노엔, 에보트, 바이엘코리아, 대원제약, 사노피코리아, 비아트리스코리아, 코비엠디, 노바티스, 경풍약품, GC녹십자 등이 참여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약품과 인공지능(AI)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 심방중격결손 폐쇄기구 등을 선보이며 APCIS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정성운 APCIS 대회장(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회장)은 "심장은 말 그대로 인간의 생명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APCIS도 특히 후학 양성에 매진하며 심장치료에 대한 열정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심장분야 기초과학, 의료기술, 임상의학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APCIS에 앞으로도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병희 APCIS 공동대회장(인천세종병원장)은 "기초·임상 의학 교육과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야만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APCIS와 3-Day Seminar는 오래도록 심장 분야 의료인의 역량을 높여왔다. 앞으로도 치열한 토론과 사례 공유 등으로 세계 심장학 발전을 이끌겠다"고 전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