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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책 『좋은 담장 좋은 이웃』에 쓴 낱말들을 보자. 공위 기간이라? 사람이 앉지 않아 비어 있는 자리, 결원으로 비어 있는 직위가 공위에 대한 사전의 정의다. 그러나 그 뜻이라면 궐위(闕位)가 있다. 기간까지 함께하는 은 원래 로마법에서 왕이 죽었으나 아직 새 왕이 즉위하지 않은 최고 권력 공백 상태, 즉 정권 이행기·과도기·공백기·혼돈기·교착기를 뜻한다. 영국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21세기 현대 사회를 이 용어로 지칭했고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기존의 사회 질서나 헤게모니가 무너지고 있지만 새로운 질서나 헤게모니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과도기적 혼란기라는 취지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 이른바 말뜻의 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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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 문장에 쓰인 신질서를 '다가올' 질서가 아니라 '(이미) 다가온' 질서로 고쳐 읽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 질서가 힘의 지배, 세력 분할 정치, 힘의 균형으로 움직일 거라는 진단은 틀림없지 않나. 그런데도 '아마도'를 수식어로 넣은 것을 보면 저자는 숙고한 언어에 익숙한 전직 외교관임이 틀림없다. 풍부한 사례(史實)를 국제정치 이론에 녹이고 자신의 외교정책 경험과 통찰을 융합한 책의 두 가지 기록을 더 보자. 역사상 스스로 핵무기를 개발한 국가 중 핵을 포기한 사례는 1990년 남아공뿐이라는 것이 하나요, 중국의 서태평양 세력권과 트럼프(미국)의 서반구 세력권이 가장 민감하게 충돌하는 곳이 대만해협과 한반도라는 것이 다른 하나다.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번쩍 든다. 한반도 비핵화가 현실적 목표일 수 있을까? 대만 문제의 불안이 지속하는 가운데 한반도는 이대로 안전할까?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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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송민순, 『좋은 담장 좋은 이웃』, 생각의창, 2025, p. 13. pp. 16-17. p. 21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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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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