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모두가 마법에 걸렸다…힘과 아름다움이 쏟아졌던 그들의 연주

by
[에포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Advertisement
[에포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에포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에포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에포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에포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에포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에포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재즈 전성기 조명한 열전…신간 '블루의 세 가지 빛깔'

Advertisement
찰리 파커부터 마일스 데이비스·존 콜트레인·빌 에번스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찰리 파커가 색소폰을 입에 대기 시작하면 모든 게 끝났다. '새처럼 자유로운' 그의 손가락은 엄청난 속주(速奏)와 급변하는 코드 진행 속에서도 음정을 놓치거나 틀리는 법이 없었다. 거기에 깊은 감정까지 실었다. 그의 색소폰에선 "힘과 아름다움"이 마구 쏟아졌다. 모든 이들이 그의 연주를 보면서 경이로움에 빠졌다. 평범한 뮤지션들은 헤로인과 술에 절어 있을 때 힘을 못 썼지만, '버드'(찰리 파커의 별명)는 마약이나 위스키에 인사불성이 되어도 툭툭 흔들어 깨우면 단박에 일어나 눈부신 연주를 펼쳤다. 1940~50년대, 재즈의 최전성기에 재즈 신에 있던 거의 모든 뮤지션은 모두 '버드'처럼 되길 소망하며 마약에 손을 댔다. 줄리아드 음악원에 다니던 마일스 데이비스도 그중 하나였다.



Advertisement
최근 출간된 '블루의 세가지 빛깔'(에포크)은 전설적인 재즈 음악가들을 조명한 책이다. 재즈 명반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Kind of Blue·1959)가 탄생하는 과정을 그렸다. 트럼펫 연주자 데이비스를 비롯해 색소포니스트 존 콜트레인,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의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전기 작가인 제임스 캐플런이 재즈가 최절정에 도달했던 시기에 명멸했던 수많은 인물의 도약과 추락, 그들이 남긴 음악적 유산에 관해 썼다.



평생 변화를 시도했던 혁명적 재즈 뮤지션 마일스 데이비스는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았다. 흑인으로는 드물게 유산계급 출신인 그는 소싯적부터 음악에 두각을 나타냈고, 줄리아드에 들어갔다. 스트라빈스키, 라벨, 쇤베르크 등 현대 클래식 음악가들에 대해서도 잘 알았다. 그는 찰리 파커에게 스카우트돼 그와 함께 연주하며 경력을 쌓았다. 아직 여물기 전 데이비스는 파커와 그의 파트너 디지 길레스피에게 강한 영향을 받았다. '비밥'. 파커와 길레스피가 터놓은 무시무시한 세계에 그도 발을 들여놓았다.

Advertisement
"하나가 갑자기 연주를 멈춰. 그리고 다른 누가 아무 이유도 없이 연주를 시작하지. 언제 솔로가 될 거고 끝날 건지 전혀 알 수 없는 거야. 그러다가 다 같이 한순간에 연주를 멈추고 무대에서 내려가 버려. 정말 무시무시하더군."(드러머 테이브 터프 회고 중)



파커의 밴드에서 데이비스는 누구나 겪는 초년병의 열병을 앓았다. 실수를 연발했고,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그러나 천재들에겐 약간의 시간만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는 꾸준히 성장했다. 그의 음악성은 탁월했다. 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무엇보다 타인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이 출중했다. 파커처럼 마약을 했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힘겨운 시절을 겪었으나 데이비스는 커리어 내내 '알'을 깨면서 전진했다. 그는 비밥에만 머물지 않았다. 비밥의 뜨거움을 식힌 '쿨 재즈', 복잡한 코드 진행 대신 특정 음계를 중심축으로 삼은 '모달재즈', 록을 가미한 '퓨전재즈' 등 새로운 재즈 장르를 열어젖히는 데 주인공 역할을 했다. 그리고 존 콜트레인이나 빌 에번스와 같은 숨겨진 보석을 발굴하는 재능도 있었다.



Advertisement
콜트레인은 18살 때 파커와 디지의 연주를 들었다. 담뱃불이 손가락에 닿는 것도 모른 채 넋을 잃고 집중했다. 파커의 연주를 보면서 그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후 콜트레인은 파커의 잔상을 좇으며 맹렬히 연습했다. 마약 복용도 서슴지 않았다. 마약을 하면 잠을 자지 않고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어서였다. 마약 복용으로 커다란 시련을 겪었고, 후일 "그것들 때문에 인생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했지만, 젊었을 때의 그는 그만큼 절실했다. 콜트레인은 애초 미미한 존재였지만, 무한한 연습 끝에 점차 두각을 나타냈다. 여기에 마일스 데이비스, 텔로니어스 멍크와 같은 뛰어난 뮤지션을 만나면서 자기 안에 있는 깊은 영성을 찾았고, 결국 신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그는 파커 이후 가장 뛰어난, 그러면서도 파커와는 전적으로 다른 색소포니스트가 됐다.



빌 에번스는 유일한 백인으로,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에 정통한 인물이었다. 그는 "타고난 재능이 없었기에 보다 분석적으로 곡에 접근해야"만 했다. 에번스는 끊임없이 분석하는 인간이었다. 철저한 훈련으로 만들어진 정교하고 세련된 건반 터치 또한 그의 성향에서 나왔다. 요컨대 그는 완벽주의자였다. 그런 분석과 연습 끝에 나온 곡들은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책은 이런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빌 에번스가 만나 음반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천재들의 도약과 좌절, 그리고 불굴의 노력 끝에 전설이 돼 가는 과정을 보는 건 언제나 흥미진진한 일인데, 여기에 뛰어난 문체와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텔링을 얹었으니 금상첨화다. 소설가이기도 한 저자가 담배 연기 자욱하고, 연주로 불꽃 튀겼던 뉴욕의 재즈바를 제대로 구현해냈다. 다만 초중반에 비해 뒤로 갈수록 힘에 부친다는 게 이 책이 지닌 작은 맹점이다. 이들 셋 외에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찰리 파커를 비롯해 디지 길레스피, 텔로니어스 멍크, 캐논볼 애덜리, 오넷 콜맨 등 전설 속 재즈 뮤지션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는 각종 자료와 직접 진행한 인터뷰 등을 토대로 풍성한 이야기를 전한다.

김재성 옮김. 660쪽.



buff27@yna.co.kr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