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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달라진 풍경이 하나 있다. 이 곤란한 질문을 막아낼 '방어 논리'를 인공지능(AI)에 '외주' 준 사례가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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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업무 도구였던 AI가 감정과 관계의 영역까지 깊숙이 파고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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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AI가 유독 한국의 명절 밥상에서만 '불통'의 아이콘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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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런 엇박자의 원인을 생성형 AI의 두뇌 격인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태생적 한계에서 찾는다.
데이터상 가장 '그럴듯한' 답변을 조립하는 기술은 탁월하지만 그 말이 지금 이 자리, 내 가족에게 '적절한가'를 판단할 능력은 없다.
즉, LLM은 대화를 이해하는 인격체가 아니라 학습된 패턴에 따라 빈칸을 채우는 '확률 계산기'에 가깝다.
앞뒤 문맥은 기가 막히게 맞추지만 관계의 역사나 미묘한 감정의 온도 같은 '보이지 않는 변수'는 계산식에 완벽하게 넣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한계는 한국 특유의 '고맥락' 문화와 만나면 더 꼬인다.
미국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T. 홀의 분석처럼 한국은 말보다 침묵이나 눈빛, 분위기 같은 비언어적 신호가 대화의 핵심을 쥔다.
명절 대화가 딱 그렇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투박한 질문은 끼니 해결 여부를 묻는 '팩트 체크'가 아니다.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거나, 팍팍한 현실을 에둘러 위로하는 복합적 신호다.
하지만 AI는 이를 문자 그대로의 정보 값으로만 읽는다. "네,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균형 있게 섭취 중입니다"라는 AI의 답변은 팩트로는 정답일지 몰라도 맥락으로는 명백한 오답이다.
부모가 기대한 건 영양 섭취 보고서가 아니라, '별일 없이 잘 산다'는 정서적 안심이기 때문이다.
◇ 멀티모달도 무용지물…데이터에 없는 '가족사'
표정과 목소리 톤까지 읽는다는 최신 '멀티모달(Multimodal)' AI도 무용지물이긴 마찬가지다.
AI가 카메라로 표정은 읽을 수 있어도 그 표정 뒤에 깔린 수십 년 묵은 가족 관계의 역사나 '공유된 기억'은 알 길이 없다.
가족 관계를 지탱하는 건 "재작년 설에 눈 많이 왔을 때"처럼 우리끼리만 아는 사소하고 구체적인 서사다.
AI의 문장은 이 '고유 명사'의 영역을 밋밋한 '일반 명사'로 뭉개버린다. 문장은 매끄러워도 그 속에 담겨야 할 시간과 이야기가 텅 비어 있으니, 듣는 사람 마음에 닿을 리 만무하다.
기술적 오류도 여전하다.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환각' 현상은 인간관계 해석에서도 나타난다.
실제로 복잡한 가계도를 입력해 보면 AI는 이모부와 고모부를 일부 헷갈리거나 손윗사람에게 하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한다.
AI가 서구권 데이터 위주로 학습하다 보니 한국의 복잡다단한 촌수와 존비어 체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이다.
보안 구멍은 더 심각하다.
구체적인 가족 갈등이나 민감한 대화 내용을 AI에 입력해 답변을 구하는 건 내 사생활을 외부 서버에 통째로 넘기는 꼴이다.
이렇게 입력된 데이터는 AI 성능 개선을 위한 재학습 자료로 쓰이거나, 검수 과정에서 타인에게 노출될 위험이 크다.
무심코 털어놓은 '집안 사정'이 거대 언어 모델 어딘가에 영구 박제될 수 있다는 의미다.
◇ "편리함에 성의를 팔지 말라"
학계 연구를 보면 메시지 작성자가 AI라는 사실이 들통나는 순간 수신자가 느끼는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감사나 사과처럼 '진심'이 생명인 메시지를 기계가 썼다는 건 상대방으로선 불쾌할 수 있다.
이번 설 연휴에 AI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기술은 명절 대화를 돕는 '윤활유'는 될지언정 관계의 무게를 짊어질 '대리인'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혹시 이번 명절 답장을 AI에 맡겼다면 내년엔 좀 어설프더라도 직접 쓴 '손편지' 같은 한마디를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그 말에는 최소한 '확률'이 계산해 낸 정답이 아니라 당신만의 진심이 담겨 있을 테니 말이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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