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나한테도 서프라이즈다. 경기전 브리핑 때만 해도 이든이 선발로 나갈 예정은 아니었다."
비밀무기도, 연막작전도 아니었다. 우연하게 주어진 기회를 거머쥔 간절함의 승리였다.
대한항공은 1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V리그 5라운드 마지막 경기 OK저축은행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0 완승을 거뒀다.
에이스 러셀이 20득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고, 이날만큼은 살림꾼으로 나선 정지석(13득점)도 뒤를 받쳤다.
하지만 무엇보다 선발로 깜짝 출전한 이든(13득점)의 활약이 빛난 하루였다. 1세트에는 8득점으로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리며 기선을 제압하기도 했다.
경기전 헤난 달 조토 대한항공 감독은 이든의 출전 여부에 대해 "점점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인다. 언제든 필요한 상황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주전 OH는 정지석-정한용"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경기 후 만난 그는 "오늘 경기는 나한테도 서프라이즈다. 만약 오늘이 결승전이었다면, 무조건 정지석-정한용이 선발로 나갔을 것"이라고 했다.
이든이 연습 때 한선수 정지석 러셀을 비롯한 주전 라인업과 손을 맞춰본 건 2번 뿐이다. 혹시라도 모를 주전 멤버의 부상에 대비해서다.
그날이 오늘이었다. 경기전 정한용이 뜻하지 않게 허리 통증을 호소했고, 긴 시즌을 소화하느라 적지 않은 피로도가 쌓인 시점인 만큼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헤난 감독은 "우리 팀도, 본사(대한항공)도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든에게도 마침 좋은 기회가 됐다. 한경기를 풀로 뛴 적이 없으니까, 마침 오늘 기회를 주려고 했다. 젊은 나이 대비 경험이 풍부하고, 역동적인 배구를 할줄 아는 선수다."
아직 개선해야할 점도 많다. 특히 리시브가 아쉽다. 하지만 실전에서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다. 안정된 수비력을 자랑하던 리베로 료헤이 대신 이든을 영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헤난 감독은 "오늘 우리 선수들의 팀워크가 정말 멋졌다. 코트 안에서 서로 활발하게 소통하며 이든의 부담을 줄여줬다. 팀 동료들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팀퍼스트 정신, 그게 바로 이상적인 팀플레이다. 우리 팀의 최대 장점"이라고 칭찬했다.
이럴 때 이든을 기용할 수 있는게 대한항공의 강점이기도 하다. 바로 공수에 능한 정지석이 있기 때문. 임재영은 공격, 정한용은 수비에 능력치가 쏠려있지만, 정지석은 살림꾼과 주포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특히 이날 승부의 분수령이 됐던 1세트 12-12 상황, 디미트로프를 단독으로 저지한데 이어 서브에이스를 터뜨리며 승리를 주도한 선수가 바로 정지석이었다.
"정지석은 매번 상대의 주포를 상대하고, 또 뚫어내야하는 입장이다. 매경기가 도전이다. 오늘도 역시 정지석이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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